유럽간첩단 사건, 사형 판결 43년만에 '무죄' 확정
2021.08.28 11:58
수정 : 2021.08.28 11: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럽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직후 발생한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에 연루된 박노수 전 케임브리지대 교수(1933∼1972년)와 김규남 전 민주공화당 국회의원(1929∼1972년)은 도쿄대 동창이다.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대에서 유학 중이던 박 전 교수는 196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로 가서 국제법 등을 전공하고 1969년 2월 국내로 돌아왔다.
국내로 돌아온 지 2개월 뒤인 1969년 4월29일 박 전 교수는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로 불법 연행됐고 유학 시절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과 공작금을 받은 뒤 북한 노동당에 입당, 독일 등지에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반공법 위법·간첩)로 기소됐다.
김 전 의원도 1969년 5월1일 중앙정보부에 불법 연행됐고 박 전 교수와 함께 유럽에서 이적활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69년 11월 1심 법원은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1970년 3월 열린 2심에서도 사형을 선고받고 같은해 7월 사형이 확정됐다. 형은 1972년 7월에 집행됐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들이 중앙정보부의 불법 연행과 강압적인 협박·고문·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허위자백한 것이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이들에게 권총을 겨누며 협박하는가 하면 무차별 구타와 고문 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유족은 2009년 재심을 청구했다.
2015년 12월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72년 사형이 집행된 지 43년 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재심 대상 공소사실에 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2013년 10월 이들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과 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교수의 부인과 자녀 등 유족 16명이 제기한 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박 전 교수의 유족 등에게 총 23억4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전 교수 부인 양모씨와 자녀 박모씨에게 각각 8억3212여만원과 9억9333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