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필자 울린 'D.P.' "넌 정말 악질이었다" 시즌2 제작해달라"
2021.08.31 16:39
수정 : 2021.08.31 18: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거 보려고 넷플릭스 결제했다. 몇 년 동안 할까 말까 고민하는 걸 'D.P.'가 한 번에 결제하게 만들었다.”
“첨엔 옛날 군대생활을 떠올리며 미소 지으며 보다가 어느 순간 얼굴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남 자살하든 말든 내 생활이 더 중요했던 나에게 저곳에 배치를 받았어도 다 참고 살았겠지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어제 호기심에 1화만 보다가 결국 새벽까지 다 봤음. 진짜 막판으로 갈수록 마음이 찢어져서 엉엉 울면서 봤음. 군필 남자라면 진짜 한번쯤을 눈물 흘리지 않았을까...너무 리얼하니까ㅠ”
탈영을 소재로 군대 인권문제를 들여다 본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로 만들어져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15-2016년 레진코믹스에 연재됐던 이 만화는 실제로 헌병대의 군무이탈체포조(DP)에서 복무한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작품. 김작가는 이번 드라마 ‘D.P.’의 공동각본가로 참여했으며,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D.P.’는 웹툰 연재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밀리터리 예능 ‘진짜 사나이’가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한편에선 20~40대 남성이 특히 이 만화에 열광했다. 2015년 2월 연재 초기엔 일평균 조회수가 5000회 정도였으나 6개월 뒤인 8월에는 평균 약 6만회(최고 17만회)로 10배 이상 늘었다. "슬프다” “형용할 수 없는 기분” “가슴을 후벼 판다” 등 절절한 감상평이 나왔었는데, 이번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 원작의 힘에 영상매체의 확장성까지 더해져 더욱 폭발적이다.
■ 고통스런 과거 소환 "응징할거다"
‘D.P’를 통해 고통스런 군대생활을 떠올린 한 네티즌은 과거 선임의 이름을 호명하며 악담을 퍼부었다. 그는 “3중대 3소대 2분대 김*철 병장이 이걸 봤을라나? 후임병들 성폭행하던 김*철이. 난 목격했다. 초소에서 후임하고 근무서다가 후임 자살한 것도 난 봤는데. 제대할 때 맞아 죽을까봐. 초코파이 돌리던 게 기억나네. 넌 정말 악질이었어. 잘 살고 있다면 앞으론 저주받는 일이 많을 거다”며 여전히 치유 받지 못한 그때 그 고통을 떠올렸다.
“우리 신랑 홍천 군생활 괴롭힌 부산대 73년생 송광* 내가 응징할거다. 법조계에서 활동할라나. 잡히면 죽여 버려”라는 댓글도 보인다.
자신을 06군번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옛날 추억(죽고 싶었던 기억 포함) 새록새록 돋는 리얼리즘 드라마. 너무 잘 봤습니다”며 “완전 몰입해서 하루만에 정주행 다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03군번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 역시 “이거보고 군생활 생각나서 좀 힘들었다”라며 “고참들 악행 생각하면 저거보다 심했다 생각한다”고 썼다.
여군도 예외가 아니라는 반응도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여자들이라고 안 그럴 것 같으세요...? 제가 군함에서 군생활 할때 여자 부사관들 여자 후임들 화장 좀 한다고 따귀 때리고 새벽에 냉동고로 불러놓고 안 재워서 징계 먹었던 적 있었다”며 군대의 조직문화가 변해야함을 드러냈다.
■ “시즌2 제작해주세요” “손자 군대갈 때엔 제발 달라지길”
군 문제를 수면위로 드러내준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하며 시즌2 제작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이 드라마는 그냥 명작이다. 한 번에 여러 화를 몰입 있게 보고나선 다음날도 그 생각에 울었다. 이렇게 사회 부조리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정확하고도 유머와 슬픔, 감동 등등 정확히 담아내는 드라마와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회가 정말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기를”라고 바랐다.
또 다른 네티즌은 “53년 수통처럼 수십년 동안 누적되어 온 군의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준 작가님, PD님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수작을 보았네요. 출연한 배우님들의 멋진 연기 최고입니다. 2부 꼭 만들어 주세요”라고 바랐다. 이어 “학생 손자가 군대 갈때 즈음은 제발 인격적으로 좀더 성숙해진 군생활이길, 멀쩡했던 아들들이 세습되어 온 군 문화에 서로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현실이 너무 마음 아픕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앞서 김보통 작가는 연재 후기에서 “디피를 연재하기로 결정됐을 때 다짐한 것이 있었다”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썼다.
“아마도 이 만화를 보신 절대다수의 분들은 만화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가혹행위를 당한 적도, 가한 적도 없으실 겁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지금 아직도 벌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시는 분 역시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현실을 직시할수 있도록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디피가 연재되던 1년여간 전군에선 약 70여명의 군인이 자살을 하였습니다. 전국 60만명에 비하면 70여명은 0.01%정도밖에 안 되는 적은 비율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 만화를 그리는 저나, 보고 계신 독자 여러분과 동등한 생명, 70여개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며 매일 2.2건의 군 가혹행위가 발생했고 매일 1.6명의 탈영병이 발생했으며, 연간 70여명의 자살자 중 상당수가 가혹행위와 연관이 되어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군대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D.P.'에는 코골이 때문에 학대를 받은 병사부터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탈영을 감행한 경우까지 탈영병의 다양한 사연이 펼쳐진다. 그중에서 후반부를 장식하는 ‘봉디쌤’ 조석봉 일병의 에피소드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수많은 방관자들이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일병은 말했다. “뭐라도 해야지” “뭐라도 해야지 바뀌지 말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