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로 공소장 변경해야"... 故권대희 유족의 외침
2021.09.01 14:21
수정 : 2021.09.01 14:21기사원문
의료정의실천연대 등 시민단체는 1일 서울중앙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솜방망이 처벌이 선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죄’ 치고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를 했다”라며 “형법에 ‘동의없는 수술’은 살인미수·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상해치사’나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장식 유령수술 사망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유령수술’과 ‘무단장기적출수술’이 돈벌이 수단이 돼 더욱 활개를 치게 될 것”이라며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변경한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해 의료진들이 엄벌을 받도록 조치한 다음 수술실에서 인간의 신체·생명을 유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장씨는 법정구속됐다. 동료의사 이모씨에겐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지혈한 간호조무사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공장식 수술로 권씨가 목숨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장씨 등의 업무상 과실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 복학을 앞둔 20대인 피해자가 숨지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유족의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이른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질타했다.
권씨는 지난 2016년 9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유족이 확인한 수술실 폐쇄(CC)TV 영상에는 약 30여분간 간호조무사 혼자 권씨를 지혈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등 법안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권씨의 모친이자 의료정의실천연대의 이나금 대표를 만나 면담하기도 했다. 당시 조 대행은 이 대표와 1시간 가량 면담을 했고,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도 ‘살인죄 적용’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조 대행은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게 국가의 의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초 검찰은 장씨 등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유족이 의료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에게 지혈 등을 맡겼음에도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자 법원에 제정신청을 냈다.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였고, 검찰은 장씨와 간호조무사 등 3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