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속 軍 부조리가 옛날 일? 운 좋았거나 가해자였거나"

      2021.09.02 13:00   수정 : 2021.09.02 14:21기사원문

병영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두고 군 관계자가 “옛날 일을 극화한 듯 하다”고 평한 것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부조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작성자 A씨는 “당장 재작년에 과 후배 하나가 군복무하다가 휴가 나와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자신의 지인 사연을 공개했다.

A씨는 “부모님은 부대에서 어땠는지 알기 위해서 부대에 면담 신청했는데 부대는 ‘관계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안 된다’며 거절해버렸다”며 “과거 일이다? 요새는 그런 일 없다? 2019년에도 있던 일이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현재진행형”이라고 전했다.



그는 “후배의 일기 등에서 간부의 가혹행위가 의심됐다”며 “일병인데 당직을 일주일에 3번 세우고 (후배가) 평소에 집에서 간부들의 괴롭힘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나는 건 군대의 대처였다”며 “대충 조사해놓고 일반 사망 판정하고 ‘군 생활에 대한 단조로움과 대인관계 단절 등에 대한 스트레스 및 개인적 취약성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기에 (후배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며 끝내버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부모님은 부대에서 어땠는지 알기 위해서 부대에 면담 신청했는데 부대는 ‘관계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안 된다’며 거절해버렸다”며 “과거 일이다? 요새는 그런 일 없다? 2019년에도 있던 일이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현재진행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은 2일 오전 11시 기준 10만명 이상이 보면서 200여개 댓글이 달리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의 군 생활 경험담을 공유했다.

한 네티즌은 “17군번 같은대대 선임병들이 보일러실에서 후임병 폭행했고 (가해자들은) 개인정비 때 행정반에서 벌 서는 걸로 때웠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나는) 19군번인데 맞아서 멍도 자주 났다”며 “GP(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생활 해서 2달 동안 아무한테도 못 말하는 거 알고 욕설, 폭력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D.P. 이후 세대로 의무항공 관련으로 복무했는데 매번 뻔질나게 극단적 선택 시도로 항공 떴다”며 “상식적으로 부조리 없이 애들이 극단적 선택 시도했겠느냐”고 지적했다. “군 생활에서 부조리가 없었다는 사람은 운이 좋거나 부조리 가해자, 두 부류 중 하나”라고 강조하는 댓글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의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 속 탈영병들이 군 생활 중 가혹 행위와 폭력 등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을 선택하는 과정도 묘사됐다. D.P.는 현재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일본 등에서도 순위권에 오르며 국내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작품과 관련해 자신의 군 생활을 돌아보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D.P.가 인기를 끌자 군에서는 난감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군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며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달 1일만 해도 공군 조교가 후임병의 신체 주요 부위에 전기드릴을 갖다 대는 등 3개월간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해자들은 올해 상병으로 강등돼 제대했고 이 중 먼저 제대한 1명에 대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P.의 원작 웹툰 ‘D.P. 개의 날’과 드라마 각본에 참여한 김보통 작가도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D.P.는 (군대가)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김해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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