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왜 남자이름" 폭력남편 외도의심 별거아내 살해

      2021.09.04 07:00   수정 : 2021.09.04 14:51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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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 = "어릴 적부터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고…집에만 들어오면 어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사실이 있다."

A씨(77)의 아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의 일부다. 이처럼 A씨는 평소 가정폭력 성향이 강한 남편이었다.



그의 폭력은 아내 B씨가 관리하는 통장에 남자 이름이 찍힌 걸 본 순간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하며 집안의 재산을 빼돌려왔다는 의심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6일 A씨는 "반찬을 만들어 집에 오라"며 딸과 함께 별거 중인 B씨를 불렀다. 2020년 10월쯤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두 사람은 따로 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A씨는 통장 거래내역을 펼쳐놓고 "빼돌린 집안 돈 1억5000만원을 가지고 오라"며 추궁했고, 이를 인정하지 않자 B씨의 이마를 때렸다. 경찰이 출동한 끝에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되며 일단락됐다.

일주일 뒤인 같은달 13일 B씨를 다시 집으로 부른 A씨는 외도 및 재산문제를 다시 추궁했고, 그날 저녁 말다툼을 벌이던 중 흉기로 B씨의 얼굴과 머리를 내려쳐 숨지게 했다.

A씨는 평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 자녀들의 진술 을 토대로 A씨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의 아들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입원 중에도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이다.

아울러 법원은 말다툼 도중 화가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A씨의 아들이 면회를 가 범행 이유를 묻자 A씨는 "그때 아니면 죽일 기회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가 회복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므로,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 사회가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지난 8월19일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 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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