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월급 100만원

      2021.09.05 18:14   수정 : 2021.09.05 18:14기사원문
술 한잔 곁들인 남자 직장인들의 저녁자리 단골 메뉴가 군대 얘기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상사의 이야기를 욀 정도로 들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군대 얘기 중 빠지지 않는 게 군부대 매점인 PX에 들락거린 것일 게다.

월급 몇 만원을 받은 날 고참병들 뒷담화하면서 PX에서 사 먹은 만두 맛을 잊지 못하겠다는 것 등등….

병장 월급 100만원 시대가 열린다. 만원대가 아니라 천원대 월급을 받던 시절 군대생활을 한 중장년층이 믿지 못할 소식이다. 지난주 국방부는 오는 2026년 병장 월급을 100만원 수준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엔 67만6100원까지 오른다. 병장 월급은 지난 1970년 900원, 1990년 9400원, 2010년엔 9만7500원이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2018년 40만원을 넘겼다. 직업군인인 하사(1호봉) 월급은 200만원가량이다.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라곤 하지만 직업군인과 비교했을 땐 과도한 월급이란 목소리도 있다. 직업군인을 근간으로 하는 모병제 전환 이슈를 불러오는 원인이다. 물론 인구감소가 가장 크다. 인구절벽인데 55만명 수준의 군대를 유지할 묘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면서 경직성 비용을 쏟아붓느니 직업군인 중심의 첨단무기체계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김두관 대선 예비후보가 관련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직업군인 비중은 오는 2026년 40% 수준까지 늘어난다. 이 정도면 '준모병제' 시대로 들어섰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럼에도 징병제가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는 근거 또한 많다. 우선 북한이 상시병력 118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모병제 전환 땐 '군인=가난한 집 자식' 프레임 형성도 부담이다. 돈 벌러 군대 간다는 말이 일상화될 수 있다.
질 저하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자위대 간부 가운데 고졸자가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남북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 현실에서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모병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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