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 "차기총리는 고노" 자민당 원로들 "너무 튄다"
2021.09.06 18:12
수정 : 2021.09.06 18:12기사원문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이 4~5일 일본 전역의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142명)에서 응답자의 23%가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고노 담당상(사진)을 택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미 자민당 총재 선거에 세 차례 나온 바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21%,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12%,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11%, 아베 신조 전 총리가 5%의 지지를 받았다.
고노 담당상은 과거 일본 정가의 이단아라고 불릴 정도로, 개혁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점차 권력의 정점에 가까워지면서, 개혁적 성향이 후퇴한 것으로 보이나 자민당 원로 보수 정치인들이 볼 때는 여전히 '튄다'는 인상이 강하다. 아베 정권의 방위상으로 활동할 당시인 지난해 6월에는 관계 부처와 사전 논의도 없이, 육상 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 미국산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돌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조차도 해당 결정이 미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임을 우려, 고노 담당상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최근엔 뚜렷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과거에는 '탈원전주의'였다.
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국 조지타운대 유학파 출신으로 영어에 능통하며, 외무상 경력까지 더해져 국제적 감각도 탁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개혁적 성향이 자민당 보수 정권에 지친 대중들에게 쾌감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대중과 직접 소통에도 능하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다소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노 담당상의 부친은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역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외무상으로 재임할 당시(2017년 8월~2019년 9월), 그가 보인 행보는 아버지 세대와는 사뭇 결이 달랐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선, 강경했던 아베 정권과 궤를 함께 했다. 2019년 2월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왕이 사과하면 해결될 일"이라는 일명 '일왕 사죄' 발언과 관련 "한일의원연맹의 회장까지 역임한 '인간'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극히 심각하다"고 거세게 비판해 이목을 끈 바 있다. 또 그해 징용 문제와 관련,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도 남 대사의 발언을 도중에 끊고, 버럭했던 사건도 있다. 전후 세대 여느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한일 관계에 대한 관심도가 대체로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아베 전 총리 등 보수 강경파와는 이 역시 결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정식 출마에 이르려면 본인의 소속 파벌인 자민당 강경파인 아소파의 지원을 얻어야 한다.
파벌 수장인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아직까지는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으나 높은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대세론'이 형성하느냐에 따라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