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도라이’라 욕해 유죄받은 부사관... 대법 “판단 다시”

      2021.09.08 06:00   수정 : 2021.09.08 12: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상관을 ‘도라이’라고 표현해 ‘상관모욕죄’가 인정된 부사관이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모욕죄 처벌은 ‘표현의 자유 제한’을 포함하고 있어, 대법원이 자유 제한과 표현으로 인한 침해 여부 등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정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해군 부사관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교육생시절인 지난 2019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교육생들의 지도관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교육생 75명이 있는 대화방에서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고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B씨가 목욕탕 청소를 담당한 교육생들에게 과실 지적을 많이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B씨는 2019년 7월부터 일주일 간 A씨를 포함한 교육생들에게 목욕탕 청소를 지시하며 양말을 신은 채 목욕탕에 들어가도록 했다. 양말이 젖는지 여부를 확인해 청소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B씨는 교육생들에게 ‘물기 제거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벌점이 부과했고, A씨는 외출·외박을 제한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형법 20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 A씨가 B씨를 지칭하며 ‘도라이’라고 표현한 것이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모욕적 언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형법 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등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다. A씨 혐의에 대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욕적 표현을 포함한 판단·의견의 경우 시대의 사회통념에 비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모욕죄를 형사 처벌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도라이’라는 표현이 상관을 경멸적으로 비난하는 등 모욕적인 언사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단지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적절한 표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법원은 이 표현으로 군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B씨의 점검방식과 과실 지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우발적으로 이뤄졌고, 단체 대화방은 의사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돼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이었다”라며 “다른 교육생들의 비슷한 불만이 나왔고, A씨의 표현은 1회에 그쳤으며 전체 대화 중 비중도 작은 점 등을 원심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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