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산재 인과관계, 근로자가 입증해야"... 기존 판례 유지
2021.09.09 18:02
수정 : 2021.09.09 18:02기사원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일 A씨가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2014년 대동맥이 찢어져 생긴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휴무 없이 근무했고, 정신적 긴장이 요구된 상태였다”라며 “대동맥류 파열이 발생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B씨는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상태에서 과로가 위험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업무가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업무강도와 책임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과중한 업무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위험요인이었던 흡연과 음주를 발병 시까지 계속하고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1·2심 판단이 갈리면서 쟁점은 기존 대법원 판례가 노동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는 측이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이 개정된 뒤에더 해당 판례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로 꼽혔다. 개정 산재보험법은 업무와 재해 사이 상당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원합의체는 ‘근로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전합은 “2007년 법을 개정한 것이 상당 인과관계의 증명 책임을 전환해 산재보험 제도 운영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의도라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입법 목적이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 기준을 담기 위한 것이었고, 산재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는 것이 보험급여의 본 기능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다만 김재형·박정화·김선수·이흥구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상당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공단이 증명해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며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라고 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전문적인 의학 지식이 부족하거나 조사가 어려워 근로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