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뭐죠"…정글 그리워하던 '21세기 타잔' 세상 떠났다

      2021.09.10 05:00   수정 : 2021.09.10 06: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성의 존재를 모르고 세상을 떠난 남자' 그는 불행한 걸까, 다행인 걸까. 41년 동안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정글에서 살아온 ‘현실판 타잔’ 호 반 랑( 사진)이 정글을 그리워하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10일 베트남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랑이 문명 세계로 돌아온 지 8년 만에 간암을 앓다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랑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인이었던 아버지 호 반 탄과 함께 정글에서 생활해 왔다.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탄은 아들을 데리고 점점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게 됐다.

이들은 깊은 숲속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채 과일과, 꿀, 생물을 먹거나 사냥 등을 통해 먹을거리를 구하고 대피소를 지어 생활해왔다.


그러던 중 랑은 지난 2013년 지역 당국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있던 그는 불혹이 넘었음에도 여성의 존재를 몰라 놀라움을 안겼다.

이들을 지켜봐 온 세레조는 “랑은 성적 욕구가 없는 것 같으며 여성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며 “랑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자 랑은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정글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글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와 가족을 마을에 정착시켰다.

이후 지난 2017년 아버지가 고령으로 숨지자 랑은 마을 끝 산자락에 홀로 움막을 짓고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간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랑은 결국 지난 5일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서 숨을 거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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