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중개사 지시 있었다면 보조원 현장안내, 법 위반 아냐"

      2021.09.10 12:00   수정 : 2021.09.10 13: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공인중개사법 19조’가 금지한 중개업무는 무자격자가 실질적으로 중개업무를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중개보조원의 중개행위에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유예를 결정한 검찰 처분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씨 등 2명이 “‘공인중개사법 19조’ 위반을 근거로 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공인중개사가 자신의 상호 등을 대여하거나 중개보조원이 중개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공인중개사인 A씨는 중개보조원으로 B씨를 고용했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5월까지 A씨는 한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면서 B씨로 하여금 매물을 설명하도록 했다. 이에 검찰은 이들에게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A씨가 B씨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을 빌려줬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1월 헌법소원을 냈다. B씨의 행위는 중개보조원으로서 매물을 안내한 것이고, 이는 중개보조 업무의 일환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자신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A씨 사무실에 신혼부부가 찾아왔고, B씨가 매물을 소개하며 집을 보여줬다. 부부는 며칠 뒤 다시 사무실을 방문했다. A씨는 이때 직접 오피스텔 내부와 등기부등본을 보여주며 계약조건을 설명했고, 가계약이 성립됐다. 본 계약 날에는 B씨가 입회해 계약을 마무리했는데, 이에 대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사전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헌재는 이를 근거로 검찰의 처분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실질적으로 중개업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A씨는 중개의뢰인에게 오피스텔 현황과 권리관계 등을 직접 설명하고 양측의 계약체결 의사를 확인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피스텔 중개 의뢰 단계에서부터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 전체를 놓고 볼 때 A씨는 중개대상물의 현황과 계약 조건 및 이행에 관한 본질적인 사항을 직접 설명했다”라며 “B씨로 하여금 실질적 중개업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소극적으로 묵인했다고 볼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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