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 우리 아이 '이놈' 해주세요" 했더니 과잉대응?
2021.09.11 08:09
수정 : 2021.09.11 13:25기사원문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서 떼를 쓰던 아이를 경찰관이 말리는 과정에서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광주북부경찰서 일곡지구대 등에 따르면 '미아방지 지문등록'을 하러 지구대를 찾은 A씨(37)의 5살 아들이 경찰관에게 '과잉대응'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친절을 베풀려다 과잉대응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어떤 사연일까.
경찰과 A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사건은 지난 4일 오후 2시 일곡지구대 앞에서 발생했다. A씨는 다섯살배기 아들과 일곡지구대 앞을 지나다 "너 자꾸 엄마 때리면 경찰 아저씨한테 혼내주라고 한다"고 겁을 줬다.
최근 이사 등으로 환경이 달라져 많이 예민해진 아들이 수시로 엄마를 툭툭 때리자 어르고 달래다 못해 겁을 주려는 빈말이었다.
마침 경찰관 한 명이 지구대 앞을 서성이고 있었고 A씨는 경찰에게 "우리 애 좀 혼내주세요. 이놈 해주세요! 방금도 엄마 때리는 거 보셨죠? 현행범이에요"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A씨도 경험했던 흔한 어머니들의 장난이었다.
이후 경찰과 웃으며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경찰관은 미아방지 지문등록을 했느냐고 물었고 A씨가 하지 않았다고 하자 "들어가서 등록하고 가세요"라고 안내했다.
A씨와 아이는 지구대로 따라 들어갔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미아방지 지문등록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는데 경찰서가 처음인 아이가 놀라 소리를 지르며 A씨를 때리기 시작한 것. A씨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아이를 달래려고 하자 갑자기 한 경찰관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화를 냈다.
"병원을 데려가든 어쩌든 집에서 해결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에요! 확 그냥 때릴 수도 없고!"
A씨는 깜짝 놀라 "아이를 때리겠다는 것이냐, 나보고 애를 때리라는 거냐"며 항의했다.
언쟁이 오가던 중 아이가 계속 울고 떼를 쓰자 경찰관은 갑자기 아이의 두 팔을 X자로 잡은 채 강제로 눕혔다.
A씨는 "영화 속에서 보던 '범죄자'를 진압하는 모습과 같았다"며 "아이가 '숨이 안 쉬어져요. 놔주세요, 아저씨'라고 몇 차례나 놓아달라고 했는데도 경찰관은 놓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놀란 A씨는 황급히 경찰관에게서 아이를 낚아채 지구대 밖으로 빠져나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의 두 무릎과 복숭아뼈에 푸른 멍이 들어 있었다.
A씨는 3일 뒤에 계속 아파하는 아이를 보며 속이 상해 해당 경찰관을 폭행죄로 신고하기로 마음먹고 지구대를 찾아갔다.
지구대에서는 그날 근무한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며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다.
다음 날 다시 한번 지구대에 방문했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유리문 안쪽으로는 우왕좌왕하는 몇몇 경찰관의 모습이 보였다. 이날 역시 폭행을 가한 경찰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팀장급 직책이라는 경찰관이 대표로 A씨를 만났다. A씨는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여줄 것과 과잉대응을 한 경찰관의 이름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모 팀장은 "CCTV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열람할 수 있고 경찰관의 이름은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 딱 봐도 언쟁이 날 것이 뻔한데 이름을 알아서 뭐 하려고 그러냐"며 "기다리면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만나게 해주겠다던 가해 경찰관은 지구대에 들어오지 않았다.
화가 난 A씨는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와주세요. 5살 저희 아들이 파출소에서 과잉진압을 당했어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광주 북부경찰서 일곡지구대는 "A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지구대 관리반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당사자 경찰관을 만나게 해주려고 했다. 외근 나갔던 경찰관이 돌아오는 와중에 잠깐 기다리던 A씨가 가버려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A씨 양측 주장이 다른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공연하게 사실인 것처럼 퍼진다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확히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고 주장이 어긋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지구대장은 "친절을 베풀려고 했던 것이 과잉대응으로 묘사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상처가 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아이가 지구대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발버둥을 치니 못 움직이게끔, 안정을 취하게끔 한 것은 맞지만 X자로 제압하진 않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경찰관의 이름을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은 팀장급 직원이 잘못 말한 것 같다. A씨에게 직접 연락해 사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A씨는 11일 <뉴스1> 통화에서 "전날 정보공개청구 요청을 통해 영상을 시청했다. 음성이 제거된 영상이라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지만 경관의 힘에 아이가 반동돼 휘둘리고 두명의 경관이 다리와 어깨, 머리 등을 압박하는 모습이 촬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대장은 직원의 미숙한 일 처리에 대해 사과했지만 경찰의 그동안 태도를 보면 이미 신뢰가 깨졌다"며 "나에게 '부모 같은 마음으로 그랬을 것'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항상 지켜주겠다며 아동 캠페인을 하는 경찰들이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냐고 따져 묻자 아무말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는 이른둥이로 세상에 나와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던 아들이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함부로 대한 경찰관의 처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