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0위 10대소녀 US오픈 테니스 우승 '이변'

      2021.09.12 08:22   수정 : 2021.09.12 08: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 150위의 영국의 10대 소녀가 올해 프로선수로 등록뒤 처음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에서 영국의 엠나 라두카누(18)는 동갑내기 소녀선수인 캐나다의 레일라 페르난데스를 2-0으로 꺾으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상금은 29억원에 달한다.

세계 150위인 라두카누 선수는 배정 시드를 받지 못해 예선 경기를 모두 치르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최초의 메이저대회 선수가 됐다. 예선 통과 선수가 메이저 단식 결승에 진출해 우승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역사상 처음이다.


18세의 동갑내기인 라두카누와 레일라 페르난데스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만에 치러진 US오픈 테니스 경기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전세계 테니스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번 결승은 메이저대회 역사상 첫 아시아계 혼혈선수들간의 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라두카누의 어머니는 중국계, 페르난데스는 필리핀계 모친을 두고 있다. 라두카누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순위가 150위에서 24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영국 랭킹 1위가 됐다. 페르난데스도 73위에서 27위로 올랐다.

라두카누는 체력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불리한 상황이지만 예선부터 결승까지 10경기를 모두 2-0 무실세트로 이기는 괴력을 발휘했다.

페르난데스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3위인 오사카 나오미(일본)를 꺾은 데 이어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우크라이나)와 세계 랭킹 2위인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까지 제압하며 세계랭킹 5위권 가운데 3명을 한 대회에서 모두 제압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외신들은 왜소한 몸으로 우승 후보들을 연이어 꺾은 페르난데스에게 '자인언트 킬러'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파워를 앞세운 라두카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두 선수는 경기뒤 서로를 격려했다. 두 선수 모두 캐나다와 인연이 있다. 라두카누는 캐나다 태생이지만 영국으로 이주했다. 페르난데스는 캐나다 국적이다. 911 20주기 추모일에 치러진 이날 경기는 추모식도 함께 진행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라두카누는 "영국 못지않게 응원해준 뉴욕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다시 내년에 돌아오겠다.그리고 911 테러를 극복한 뉴욕시민들의 강인함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두 선수의 친부 들은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리나카누는 영국에서 부모가 오지 못했고. 페르난데스 아버지가 경기를 참관하지 못했다.

두 선수는 우승경력이 없기 때문에 해외 출전경비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페르난데스는 불우한 환경때문에 어린 시절 테니스를 그만 둬야 할 상황도 있었다.

10대 선수들끼리 치르는 US오픈 결승전은 1999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22년전에 17세 11개월이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18세 11개월이던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를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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