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vs 유행 확산' 갈림길…추석 방역에 달렸다

      2021.09.13 05:20   수정 : 2021.09.13 10:57기사원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정보센터에 국토부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추석 특별교통대책 근무에 돌입, 주요도로 상황 및 대중교통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추석 연휴 나흘째이자 개천절인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이 관광객과 귀성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0.10.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추석 연휴(9월 19~22일)를 일주일 앞둔 가운데 좀처럼 꺾이지 않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유행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지난여름 휴가철처럼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연휴를 계기로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그리고 다시 수도권에 감염병이 재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4차 대유행으로 두 달 넘게 네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며, 주말효과가 끝나는 주중엔 2000명 안팎의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오늘(13일)부터 2주 동안 접종 완료자에 한해 방역기준을 일부 완화한 '추석 특별 방역 대책'을 시행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과 피로감이 큰 상황을 고려한 조처다.

전 국민 70%의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점진적 일상회복'을 준비하는 정부로서는 이번 추석연휴가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방역이 성공하면 '위드 코로나'로 가는 주춧돌을 놓게 되는 셈이지만, 만약 실패할 경우엔 섣부른 방역 완화로 유행을 더 악화시켰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68일째 네자릿수…수도권 비중 70% 중반, 유행 주도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755명으로 주말(토·일 발생) 가장 많았던 지난달 15일 181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직전날(11일) 1865명보다는 110명 줄었지만 전주(4일) 1490명 대비 265명 늘었다.

1755명 가운데 국내발생 확진자가 1725명, 이 중에서 수도권 지역 발생 확진자는 1283명(서울 656명, 경기 481명, 인천 146명)으로 국내발생 비중의 74.4%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확진자 비중이 연일 70%대 중반을 나타내는 등 추가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난 1주간(9월 6~12일)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1763.1명으로 직전 주(8월 30~9월 5일) 1654.7명보다 108.4명 폭증했다. 수도권(1152.6명→1268.1명)이 115.4명 늘면서 거리두기 4단계 기준을 훌쩍 넘긴 반면 비수도권(502.1→495명)은 약 7명 줄었다.

수도권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를 이끄는 셈이다. 인구 10만명 당 수도권 1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4.7명에 달해, 비수도권의 1~2명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 주민들에겐 언제 어디서든 감염 위험이 있다. 거리두기와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 60대 이상 고령의 부모님이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가족 모임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고향 방문 시 고위험군과의 접촉은 감염 전파 확산 통로"라며 "(현재) 더 큰 유행이 진행 중이고,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가 100%에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확산세 자초" 우려…정부 "안전한 명절 계획해달라" 호소


전국 이동량도 2주째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8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이동량은 지난달 16~22일 2억1992만건에서 지난달 30일~이달 5일 2억2874만건으로 4% 늘었다. 수도권 이동량은 이 기간 6.5% 증가했다. 중수본은 "거리두기 장기화로 국민 피로감이 누적돼 동력이 떨어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3일 접종 완료자를 포함한 사적모임 가능 인원을 늘린 데다 이달 3일 사회적 수용성 저하를 고려해 제한적으로 방역 완화를 추진했다.

추석 특별 방역 대책에도 추석 연휴(19~22일) 전후 일주일(17~26일)간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에서도 가정 내 가족 모임을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8인까지 모일 수 있게 했다. 자칫 미접종자나 접종 미완료자 등과 고령의 부모님 간 감염 확산도 우려된다.

정부도 수도권 확진자 수와 이동량 모두 늘어난 상황을 위험하다고 보고, 이번 추석 연휴가 상황을 악화시킬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안다. 그런데도 완화하게 된 목적은 "국민적 피로와 수용성을 고려했고, 접종완료자에 한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확산세를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국민 스스로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뉴스1>에 "전국에서 발생 양상이 정체된 것 같아 보여도, 알려졌듯 수도권은 확진자가 늘고 있다. 고향 부모님을 만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칫 긴장이 풀려 접종 미완료자도 활발히 이동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올 상반기에 접종을 마친 고령의 부모님들에 접종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다. 돌파 감염 가능성도 있다"며 "각자 스스로 마스크 쓰기, 선제적으로 검사받기, 모임 자제하기 등 기본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역시 "4차 대유행 초입 시기, 국내 발생의 80%가 수도권에서 나왔고 이동 흐름에 따라 비수도권, 다시 수도권으로 유행이 이어졌다"며 "그동안 명절 전후로 확진자가 늘어난 적 없었지만, 지금은 최대 2000명대 안팎으로 쏟아진다.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백 교수는 "백신접종 미완료자도 상당히 많은 만큼 통제가 필요한 시기다. 최소 2주, 최대 4주 동안 이동과 만남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지금 상황을 괜찮다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추석 연휴 국민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명절 이후의 확산세로 인해, 일상 회복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은 12일 오후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추석 연휴 접종완료자를 포함한 사적 모임 확대방안에 대해 "명절 동안 가족 간에 정을 나눠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부득이한 안전장치다. 불편하더라도 방역수칙을 지키는 안전한 명절을 계획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추석 연휴, 방역 수칙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에 따라 명절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다시 확산되느냐 안정되느냐 결정될 것"이라며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실천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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