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 합참의장, 트럼프 핵공격권 무력화했다" 우드워드
2021.09.15 02:09
수정 : 2021.09.15 02:09기사원문
미국 합참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공격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단독행동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선거 패배 결과를 뒤집으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 점거에 나선 이틀 뒤의 일이다.
당시에도 합참의장이던 마크 밀리 장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주해 위험한 군사공격을 지시하거나 핵무기를 발사할지 모른다고 우려해 이같은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전설적인 언론인 밥 우드워드와 워싱턴포스트(WP) 베테랑 기자인 로버트 코스타의 신간 '위험(PERIL)'에 이같은 내용이 폭로됐다고 CNN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드워드와 코스타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1월 6일 의사당 점거 폭동에 치를 떨었다. 신간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의 멘털이 (대통령) 선거 뒤 심각하게 약화한 것이 틀림없다"면서 "트럼프가 지금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어서 관리들에게 소리 지르고, 끝없는 선거 음모론에 관한 스스로의 대체현실을 만들고 있다고 확신했다."
밀리는 이에따라 트럼프가 "제멋대로 굴 수 있다(go rogue)"는 점을 우려했다고 저자들은 전했다.
밀리는 당시 합참 고위 인사들에게 "대통령의 인계점(트리거 포인트)이 무엇인지 결코 알 수 없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에따라 이례적인 대응에 나서 1월 8일 국방부 자신의 사무실에서 비밀 회합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핵무기 발사를 포함해 군사적 행동에 관한 절차를 검토했다.
밀리는 국방부 전쟁상황실인 국가군사지휘본부(NMCC)를 맡고 있는 선임 장교들에게 자신이 연관돼 있지 않는 이상 그 누구로부터도 명령을 따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위험'에 따르면 밀리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듣더라도 그 절차를 따르라"면서 "그 절차대로 진행 하라"고 강조했다. 밀리는 이어 "내가 그 절차의 일부다"라고 못박았다.
밀리는 이어 방을 돌면서 각 장교들의 눈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고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묻는 구두 확인절차까지 거쳤다.
책에 따르면 밀리는 "잘 알아들었나?"라고 물었고, 장교들은 그렇다고 답했으며, 밀리는 이를 맹세로 간주했다.
'위험'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장의 전화를 받은 뒤 밀리가 트럼프의 핵공격 통제권을 무력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펠로시 의장이 의사당 폭동 뒤 밀리에게 전화를 걸자 밀리는 핵무기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펠로시는 격앙된 목소리로 "당신도 그(트럼프)가 미쳤다는 것은 잘 알지 않느냐. 그는 오랫동안 미쳐 날뛰고 있다"고 반박했고, 밀리도 "의장님 발언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했다.
'위험(페릴)'은 직접 당사자 200여명을 인터뷰하고, 관련 서류, 회의록 등 여러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책으로 트럼프의 퇴임 직전 미 행정부 내에서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 책은 미 군통수권자였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 유지에 안달복달하는 와중에 무대 뒤에서 나사가 풀리고, 분노를 폭발시켰으며 고위 참모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