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산주의자" 발언한 고영주... 대법 "명예훼손 아냐"

      2021.09.16 12:32   수정 : 2021.09.16 12: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진흥회) 이사장이 다시 한 번 재판을 받게 됐다. 발언에 대해 대법원이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의 행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 전 이사장은 해당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참여했던 ‘부림사건’을 공산주의 운동으로 규정하며 “저는 문재인 후보도 이거는 공산주의자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한 것이다.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을 수사한 공안부 검사였다. 문 대통령은 부림사건의 피해자들의 재심사건이 진행될 당시 변호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를 이유로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인사작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등 22명을 영장없이 체포해 불법으로 감금·고문해 허위로 자백을 받아낸 사건을 말한다. 피해자들은 1999년 재심을 청구했다 기각됐고, 2000년대 들어 재차 청구했다. 법원은 2014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1심은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산주의자라는 평가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변호인이었다는 허위 사실에 기초해 공산주의자라고 의견을 표명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문 대통령에 대한 생각이고, 이는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만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도 판단했다.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검증 과정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인물이나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의 경우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원이 개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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