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불안해지는 디지털 보안, '동형암호'로 지켜야

      2021.09.17 16:41   수정 : 2021.09.17 16: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세계 곳곳에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안 문제가 정보통신기술(ICT)에 기초한 4차 산업혁명의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암호와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같은모양(동형)암호'와 비공개 AI 등 차세대 보안 기술로 정보 보안과 ICT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종현 학술원은 17일 ‘포스트퀀텀과 보안 위기’라는 제목의 과학 혁신 웹세미나를 열고 정보 보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상반기 송유관과 정육 기업 등이 해킹 공격으로 마비됐고 애플은 지난 13일 자사 제품에 스파이웨어가 침투할 수 있는 구멍을 찾았다며 긴급 업데이트에 나섰다.

화상으로 웹세미나에 참석한 크레이그 젠트리 알고란드 재단 연구원은 동형암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통적인 암호 체계는 데이터를 보내는 사람이 암호를 걸고 받는 사람이 이를 풀어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이지만 동형암호는 암호를 푸는 과정이 없다. 대신 보내는 사람이 데이터에 암호를 걸어 보내면 받는쪽에서 데이터를 암호가 걸린 채로 덧셈과 곱셈, 나눗셈 등으로 가공해 처리한다. 암호가 없는 데이터나 암호가 걸린 데이터 모두 처리 결과가 ‘같은 모양(동형)’이 된다.

이러한 방식을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나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에서 도입하면 중간에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업이 해킹당하더라도 사용자의 정보는 여전히 암호화되어 안전하다. 동형암호는 1978년 논문에서 제시된 이후 2009년에 젠트리 등에 의해 처음 실현되었으며 현재 4세대 모델까지 나왔다. 젠트리는 동형암호 기술을 이용하면 연구자료에 제한을 걸어 특정 구매자에게만 판매하는 시장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암호화할 수도 있으며 이로써 AI가 처리한 결과가 세상에 해를 끼치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크리스틴 라우터 페이스북 AI 연구소장은 젠트리에 의견에 더해 ‘비공개 AI’ 기술의 미래를 언급했다. 그는 AI를 키우려면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하지만 민감한 정보를 AI 손에 맡기기 불안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형암호 기술을 이용해 AI에게 암호화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하면 개인정보 보호와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우터는 자신의 몸무게, 혈압, 신장 등 민감 정보를 암호화 하여 AI에게 학습시켰더니 1초만에 심장마비 확률을 예측해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동선같은 민감정보를 AI에게 학습시켜 환자를 추적하는 어플리케이션 ‘코동이’를 소개했다. 그는 동형암호와 AI 머신러닝을 조합해 민감 정보를 유출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2024년이면 동형암호 분야의 큰 변곡점이 나온다고 예측했다.

물론 동형암호 분야의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다미엔 스텔레 리옹 국립 사범학교 컴퓨터과학부 교수는 양자(퀀텀) 컴퓨터가 점차 실용화에 가까워질수록 암호체계가 위험해 질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에 대항하는 암호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는 전통적인 2진법 컴퓨터보다 훨씬 많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암호해독에 투입되면 엄청난 속도로 연산을 마칠 수 있다.
또한 샤피 골드와서 UC 버클리 사이먼스 연구소 소장은 AI가 머신 러닝을 통해 정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학습했는지 검증할 수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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