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제2의 남양유업 될지 기로 놓여
2021.09.20 22:48
수정 : 2021.09.20 22: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최근 엔씨소프트가 신작 ‘블레이드&소울2’(블소2)가 출시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른바 ‘갑의 횡보’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제2의 남양유업 사태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그간 악덕 이미지와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매출 감소, 무너진 시장 점유율 등으로 곤혹을 치른 만큼 엔씨소프트 역시 신작의 잇따른 혹평과 기존 게임들에 대한 이용자 불만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이달 들어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하면서 5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8일 장중 104만8000원까지 치솟으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5월 들어 80만원대에 안착하는 등 올해 들어 꾸준하게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한달간 주가가 급격히 빠지면서 50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블소2가 출시된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15일까지 28.79% 빠졌고 지난달 말 80만원과 70만원 선을 잇달아 내주더니, 17일 장마감 기준 58만700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블소2 출시 이전인 지난달 25일 대비 5조44000억원가량 증발하며 12조8800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선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엔씨소프트 공매도도 증가했다. 지난 15일 엔씨소프트의 공매도 잔고는 27만5421주로 지난달 25일 13만2301주보다 108.2% 늘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먼저 판 뒤 나중에 이를 사들여 그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잔고는 빌린 주식을 매도한 다음 아직 청산(쇼트 커버)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이처럼 엔씨소프트가 무너진 것은 모바일 게임의 과금 정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돼온 상태에서, 블소2가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비슷한 과금 모델을 도입하고 블소 PC 버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며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엔씨소프트에 대한 여론의 관심과 비판이 임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직접 말문을 열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1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한 재점검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반등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남양유업처럼 무너질지는 김택진 대표의 변화 의지가 어떻게 되는지에 달려있다. 오는 30일 MMORPG ‘리니지W’ 2차 쇼케이스를 통해 예비 게임 이용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증권가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역시 변화가 크지 못하면 남양유업처럼 과거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회사가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언급한 ‘재점검’이 그간 대부분의 게임에 적용해왔던 과금 모델인지, 회사 전반적인 문제인지는 콕 집어 언급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엔씨의 위기가 여느 때보다 더 심각한 만큼 김택진 대표의 변화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개인들은 오히려 주가가 상승할 것을 기대하며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보면 개인은 1조231억원이나 사들였다. 이에 반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700억원과 28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신용거래 역시 늘었다. 지난 15일 기준 엔씨소프트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0만5771주(183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5일 9만4938주(715억원)보다 222.0%(21만823주) 급증한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란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증권사들은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은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 또는 ‘중립’으로 각각 입장을 밝혔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블소2의 흥행 부진으로 리니지W 흥행에 엔씨소프트의 주가 반등이 결정될 전망”이라면서도 “기존 ‘리니지M’과의 캐니벌라이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제품을 잠식하는 현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엔씨소프트의 투자 매력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