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본역량진단 탈락 대학에 재도전 기회 부여, 약일까 독일까
2021.09.22 05:03
수정 : 2021.09.23 12:03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인하대, 성신여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탈락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교육부가 재도전 기회 부여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기구 구성에 착수하면서 올해 3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탈락한 대학 중 일부가 구제될지 관심이 쏠린다.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이달 말까지 대학기본역량진단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을 완료하고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3일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최종 발표하며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별도의 협의기구를 구성해 탈락한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협의기구는 대학에서 주요 보직이나 평가 경험이 있지만 올해 진단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다. 현재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국회에 협의기구에 참여할 외부 전문가 추천을 의뢰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구성되면 바로 1차 회의를 개최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속도감 있게 논의 마무리"…10월까지 결론 가능성도
협의기구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진단 제도의 개선방향과 대학 재정지원 방식을 논의한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전체 대학을 평가해 재정 지원과 정원 감축 등을 연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협의기구에서 논의한 개선 방향은 2024년 실시할 4주기 진단에 반영될 전망이다.
당장 대학가의 관심은 3주기 진단에서 탈락한 52개 대학(4년제 25곳, 전문대 27곳)에 '패자부활전' 기회를 줄지에 집중된다. 협의기구에서는 진단 제도의 개선방향과 함께 올해 3주기 진단에서 탈락한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지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재도전 기회 부여 여부와 선정 방법, 규모 등은 늦어도 올해 안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협의기구에서 탈락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12월까지는 기본계획을 발표해야 대학이 평가를 준비할 수 있다. 선정 평가는 내년 4~5월쯤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내년 상반기 재도전 기회에서 살아남은 대학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년간 정부 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3주기 진단은 지난 3일 발표로 이미 확정이 됐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올해 대학기본역량진단에 통과한 대학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3년 동안 일반재정지원을 받는다.
탈락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는 이르면 다음 달까지 결론이 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3주기 진단에서 선정된 대학을 대상으로 10월까지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방향'을 발표하기로 했다. 기본방향에는 유지충원율 지표 구성과 산정방식 등이 포함된다. 선정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3월까지 적정 규모화 계획을 포함한 자율혁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때 진단 탈락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할지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대학가는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도전 기회 부여에 대해 "시기를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속도감 있게 논의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주기 때도 패자부활전…재도전 기회 부여" 전망 많아
대학가에서는 협의기구에서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가 별도의 협의기구를 구성해 검토하겠다는 것 자체가 재도전 기회 부여에 무게가 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대학가의 반발이 거세다. 행정소송과 함께 감사원 감사 청구 이야기까지 나온다.
좀처럼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총장이 기획재정부와 교육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를 함께 항의 방문하고 집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대학가의 반발 분위기를 보여준다. 2018년 2주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수도권 유명 사립대인 인하대와 성신여대, 지역 국립대인 군산대가 탈락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황홍규 전 대교협 사무총장은 "2주기와 3주기 진단은 대학이 느끼는 위기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2주기 진단은 학령인구 감소가 예고는 됐지만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던 때였고, 3주기 진단은 입학자원 급감이 현실화하면서 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인데 (진단에서 탈락하게 되면) 문제가 있는 대학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2주기 진단 때 '패자부활전' 기회를 준 것도 탈락 대학이 기대감을 갖는 요인 중 하나다. 2주기 진단 때는 상위 64%인 207개 대학(대학 120곳 전문대 87곳)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해 일반재정지원을 했다. 바로 아래 단계인 역량강화대학 66개교(대학 30곳 전문대 36곳) 중에서도 33%인 22개교(대학 12곳 전문대 10곳)가 추가로 일반재정지원을 받았다. 진단 대상 대학 중 재정지원 제한대학과 진단 제외 대학을 포함해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않은 116개 대학 중 19%가 구제를 받은 셈이다.
◇"재도전 기회에서도 탈락하면 상처 회복 불가" 지적도
그러나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대학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시기에 지원 대학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 의견도 정부 안에서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주기 진단 때는 자율개선대학과 일부 역량강화대학을 합해 진단 대상 대학 323개교 중 71%인 229개교가 일반재정지원을 받았다.
3주기 때는 이미 2주기보다 많은 73%의 대학이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진단 대상 대학 319개교 중 233개교(대학 136곳, 전문대 97곳)가 내년부터 일반재정지원을 받는다. 진단에 참여한 285개교를 기준으로 하면 82%가 선정됐다. 대학가 요구처럼 진단 대상 대학의 80%에 일반재정을 지원할 경우 진단 참여 대학의 89%가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재도전 기회에서도 탈락하는 대학은 '회복 불가'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대학은 '부실 대학'이 아니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제한 등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은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18개 대학(대학 9곳, 전문대 9곳)을 선정했다.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좁게 말해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일반재정지원 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다. 탈락해도 재정지원 제한대학과 달리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지 않고 산학협력 등 특수목적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일반재정지원을 못 받을 뿐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도 부실대학이 아니라고 밝혔고 대학혁신지원사업비만 못 받는 것인데, 탈락 대학만 모아 다시 평가를 했는데 또 떨어진다면 (떨어진 대학은) 두 배, 세 배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며 "재정지원을 받고 못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명예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홍규 전 대교협 사무총장은 "기본적인 여건이 되지 않는 대학은 이번 진단에 참여하지 않았고, 참여 대학은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춘 대학들인데 미세한 점수 차이로 탈락한 것"이라며 "13년째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기본 여건을 갖춘 대학은 모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