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중국판 리먼' 재현에 '촉각', 첫 시험대 23일 이자지급
2021.09.22 13:34
수정 : 2021.09.22 13:34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 유동성 위기가 세계 증시의 불안 요인이 되면서 향후 금융 시장으로 미칠 파장에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미국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협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헝다는 디폴트 첫 시험대는 23일 채권 이자 지급이다.
22일 주요 외신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우선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헝다의 디폴트를 예정된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헝다가 이미 상당수 협력업체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극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여기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주택 가격 안정과 금융 리스크 차단 차원에서 은행 자금의 부동산 개발업체 유입을 차단하고 대출금 긴급 회수에 나선 이후 유동성은 더욱 악화됐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온 한 축인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와 거래한 대형 국유은행들이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당장 헝다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아직까지는 헝다의 디폴트 전망이 중국 경제를 전반적으로 위협하는 더 큰 문제들을 촉발할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글로벌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보고서에서 “중국 은행권의 자산은 45조달러(약 5경3280조원) 규모이며 부채는 30조달러 규모”라면서 “350억달러(약 41조4400억원) 규모 은행 대출을 포함한 헝다의 채무(약 355조원)는 상황을 바꾸게 할 만큼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재 단계에서 헝다 구제에 나설 경우 부동산 분야에 들이댄 메스의 취지가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근거로 제시됐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중국 정부는 헝다의 위기가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에 파장이 미칠 경우에만 디폴트 방지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중국 전체 금융 시스템과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며 헝다만의 개별적인 위기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바클레이즈도 “헝다의 재정상태는 중국 부동산 분야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면서 “(헝다 위기로 인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의 사업 모델이 총체적으로 무너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금융 소프트웨어 제공사 뮤렉스의 분석가 알렉산더 본은 헝다 사태와 13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리먼브러더스는 2007년부터 불거진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파산했다. 이로 인한 연쇄 작용으로 미국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시티그룹 역시 헝다 위기가 중국에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야기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당국이 시스템적인 위기를 방지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헝다가 발행한 5년물(2022년 3월 만기) 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 지급일이 23일 도래한다. 헝다는 또 이날 2025년 9월 만기 채권 위안화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오는 29일에는 2024년 3월 만기 채권 이자 4750만달러(약 562억원) 지급이 예정돼 있다.
아울러 헝다는 은행과 신탁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 5718억위안(약 105조원) 중에서 올해 안에 만기가 찾아오는 절반가량을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 헝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선전증시에서 거래된 이자 2억3200만위안을 23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헝다는 같은 날 지급해야할 8350만달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또 헝다는 이미 지난 20일까지 은행 등 금융 기관에 냈어야 하는 일부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통신은 지난 15일 소식통을 인용, 중국 도시농촌건설부가 주요 은행들과 회의에서 헝다가 20일 은행 대출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8350만달러의 경우 채권 계약서상 예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까지는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디폴트로 간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