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능한 희귀질환, 신생아 선별검사 확대해 조기진단율 높여야

      2021.09.24 04:00   수정 : 2021.09.24 04:00기사원문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근육병 아기들이 세계 유일한 유전자 치료제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이라는 희소 질병을 앓고 있는 12개월 딸을 둔 엄마가 치료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SMA는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과 운동신경이 망가지게 되는 진행성 유전성 신경근육질환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두 돌 전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청원인의 딸 역시 태어난 직후 증상이 있었으며, 진단은 생후 9개월쯤 됐을 때 받았다고 한다. SMA는 신체의 모든 근육이 약해지면서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고, 심각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반면 인지 및 사고 능력은 정상적이기에 환자와 주변 가족은 더 안타깝다.

■미국, 유럽 등 SMA 신생아 선별검사 권고

SMA를 포함한 국내 선천성 유전자 이상 환자는 2015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는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신생아 선별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SMA를 비롯해 유전성 대사질환 등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신생아 선별검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SMA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증상이 시작된 이후에 뒤늦은 진단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에 포함돼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희귀질환으로는 고셔병, 뮤코다당증이 있다. 그러나 폼페병, 파브리병 등 유전성 대사질환과 SMA와 같은 유전성 신경계, 근육계 질환 검사는 현재 급여가 되지 않아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한 진단이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SMA 선별검사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새롭게 개발된 SMA 치료제는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빨리 투여할수록 운동신경세포의 손상을 막아 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임산부를 대상으로 태아 SMA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신생아 선별검사에 SMA 검사를 포함하는 주정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국 환자 중에는 산전검사를 통해 SMA를 확인한 후 생후 27일만에 졸겐스마를 투약 받은 사례도 있다. 이 아이는 현재 혼자서 유치원에 다닐 정도로 걷거나 뛰는데 어려움이 없다. 일본에서는 구마모토대학교 연구팀 주도로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SMA를 진단하고, 생후 42일차에 졸겐스마를 투약한 사례도 있다. SMA가 치명적인 질환인 만큼 진단 단계에서부터 정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치료 효과 확인한 '원샷 치료제' 졸겐스마

SMA가 치료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5월 국내 허가를 받은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유전자 대체 치료제이다. 평생 1회 투여로 SMA의 원인이 되는 SMN1 유전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상인과 같이 스스로 SMN 단백질을 꾸준히 생성하게 되며, 환자의 운동 능력 향상을 도울 수 있다.

졸겐스마는 SMA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생 투약이 아닌 1회 투약으로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효과를 확인하고자 최장 15년간 진행중인 임상에서 현재까지 6년 이상의 장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가장 심각한 SMA 1형 환자이지만 현재까지 모두 생존해 있으며, 치료받지 않으면 절대 나타날 수 없는 '스스로 걷기', '스스로 서기' 등의 운동기능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운동능력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청원에 등장한 청원인의 자녀 또한 기존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지만 졸겐스마를 빠르게 맞는다면 기존 치료제의 지속적이고 반복적 투약을 받지 않아도 운동능력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비급여인 점이다. 현재까지의 임상시험의 결과 기존 치료제 대비 중장기적으로 비용 효과적이다. 그러나 '원샷 치료제'의 가치와 비용 지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국내에서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어, 급여 검토 과정이 지연될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졸겐스마 투약을 기다리는 환자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장은 "SMA 등 치명적인 희귀질환일수록 증상이 발생하기 전 빨리 치료하면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국내에도 좋은 치료제가 점차 허가를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에서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
이 부분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수립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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