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 15년…성장 이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

      2021.09.29 13:00   수정 : 2021.09.29 14: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72)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4선 의원이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12년 동안 한국노총 제주본부 의장을 지낸 후,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비례대표로 의회에 처음 입성했다.

제11대 후반기 의정을 이끌고 있는 좌 의장은 지난 8월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가 임기 11개월을 남기고 지사직을 사임하자 “정당을 떠나 제주 출신이 대권에 도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응원하면서도 도정 공백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 정당을 떠나 제주출신 대권 도전 응원

좌 의장은 “코로나19 대응, 제주4·3 해결 마무리, 제주 제2공항 갈등 해소, 제주도개발특별법 전부 개정,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도민과 약속한 지사가 임기를 끝내지 못한 채 중도에 사퇴함으로써, 도정 공백이 한층 우려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면서 “의회가 견제와 감시를 뛰어넘어 도정을 견인하고, 지사권한 대행체제의 도정 안정에 진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좌 의장은 취임 직후 “의장 단상부터 너무 높다.
권위적 시대의 산물”이라며 의원들과 눈높이 소통에 나섰다. 의원 중심 의회로 만들겠다는 탈권위·형님리더십이다. 이에 따라 1991년 의사당 준공 당시 90㎝ 높이로 설치됐던 붉은 의장석 단상이 30년 만에 50㎝ 높이로 낮아졌다.

특히 제주4·3 특별법 개정안 조속 처리를 강조하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정기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한편, 전국 광역의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전국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4·3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을 담고 있다.

다음은 지난 24일 의장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 ‘190㎝ 높이 의장석’ 30년 만에 낮춰

- 지난해 7월 시작된 제11대 후반기 의정은 ‘찾아가는 민생의정’과 ‘의회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민의의 전당’을 약속했다. 그동안의 성과는?

▶ 의회 사상 처음으로 의장 단상을 낮춰 권위를 내려놨다. 특히 의회 혁신조례(1~4호) 제·개정을 통해 일하는 의회로 만드는데 힘썼다. 우선 의원들이 의회 공무원에게 인사청탁·인사개입, 성희롱, 사적 노무 요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의원 윤리강령·윤리실천규범을 일부 개정했다.

사무처 직원들의 외부 강의 기준도 강화했다. 회기·근무시간 내 외부 강의로 의정지원 활동이 약화되거나 피감기관에 대한 강의 참여로 견제기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의회 전입 공무원에 대해 3개월 내 ‘의회 전문 교육과정’ 이수를 의무화했다. 연간 정례회 일수도 60일에서 80일로 확대해 일하는 의회로 변화를 꾀했다.

특히 의회 내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코로나19로 실업대란 위기에 몰린 여행사·숙박업계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생활고를 겪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섰다.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를 진행해 찬반 갈등 해소에 주력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난개발 논란이 일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처럼 지역사회 일각에서 생각하는 방향과 엇나간 경우는 반성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균특회계 제주계정 감소폭 전국 최고

- 2006년 출범한 특별자치도가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이에 대한 평가는?

▶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자치 파라다이스’와 ‘국제자유도시’로의 도약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얻은 것은 ‘특별자치도’라는 이름뿐이고, 잃은 것은 ‘생활자치’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별자치도 이전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에서 자치권이 없는 두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 체제로의 전환을 두고 하는 말이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기초자치권 부활과 직결돼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권한 이양도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구현을 목표로 전면 개정되면서, 특별자치도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특별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제주계정 감소폭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 제주계정 존폐까지 생각해야 할 처지다.

▶ 균형발전은 분산정책·분권정책으로 분류된다. 분권정책의 대표 주자가 제주도다. 하지만 균특회계 제주계정은 2008년 대비 2021년 증가율은 무려 41%나 감소했다. 지난 14년 동안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특행기관을 반납하라는 목소리도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특행기관은 국토관리청·해양수산청·환경출장소 등 모두 7곳이다. 게다가 제주도가 올해 받은 전체 균특회계 규모보다 특행기관 운영경비가 79억원 더 많다. 국비가 아닌 도민 혈세가 빠져나가고 있다. 당장은 균특회계를 늘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곧 대선…제주미래 담은 공약 반영 최선

- 현재 제주도정은 지사권한 대행체제로 협치가 절실하다.

▶ 치망순역지(齒亡脣亦支)은 현재 제주도정을 가장 잘 요약한 말이 아닐까 싶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뜻이다.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직선 지사가 없다고, 주요 정책들이 중단되면 안 된다. 코로나19로 지역경제도 매우 어렵다. 의회는 내년 예산안 심의와 도정질문·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도정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도민들께 더 다가서는 따뜻한 의정 구현에 적극 나서겠다.

- 대선을 앞두고 의회도 나름대로 역할이 필요한데.

▶ 각 당의 최종 대선 후보자가 결정되면, 제주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이 채택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 요구하고 지원할 방침이다. 제주도개발특별법 전면 개정, 4·3 완전 해결의 분수령이 될 희생자 배·보상, 제주형 뉴딜정책의 성공적 추진, ‘탄소 없는 섬’ 정책, 위드 코로나 시대의 관광산업 발전 방안 등이 그렇다.
특히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갈등 해소가 먼저다.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국책사업 아닌가? 찬반 양측 모두 자주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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