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90% 원리금보장형에 묻어놔… ‘16배 수익률’ 구경만 [연금기능 상실한 퇴직연금]

      2021.09.26 18:20   수정 : 2021.09.26 18:37기사원문
국내 은행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한 가운데 원리금보장형에 지나치게 치우친 운용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의 노후자산인 퇴직연금이 보수적으로 운용되면서 사실상 연금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마저 사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기준 원금보장형과 비보장형 간 수익 차이가 무려 16배에 달하면서 앞으로 운용구조를 수익률을 높이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들의 예금금리 하락 여파로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이 떨어진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내외 주식시장 활황으로 비보장형 수익률은 큰폭으로 늘었다.

원리금보장형이 여전히 퇴직연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많아야 2%를 조금 웃도는 퇴직연금의 현실은 평균 9%대 수익률을 거두는 국민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중 적은 비보장형 수익률만 호조

26일 국회 정무위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국내 12개 시중은행의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운용방법별 수익률'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원리금보장형 평균 수익률은 1.21%였으나, 원리금비보장형 평균 수익률은 16.56%였다.

2020년에는 보장형 수익률이 1.46%, 비보장형 수익률이 10.87%였고, 2019년에는 보장형 수익률이 1.64%, 비보장형 수익률이 5.20%였다는 점에서 보장형과 비보장형 퇴직연금 간 수익률 격차는 크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2018년 원리금비보장형에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던 은행들은 증시 상승 분위기에 맞춰 비보장형에서 다소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남은행은 원리금 보장형에서 1.17%의 수익률을 보인 반면 비보장형에선 20.4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원리금보장형에선 1.18%의 수익률을 거뒀으나 비보장형에선 18.68%의 수익률을, 우리은행은 보장형에서 1.23%의 수익률을 거두고 비보장형에선 15.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란 점에서 비보장형에서의 높은 수익률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1%대 수익 문제 있다"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들로선 원리금보장형에 치우칠 수밖에 없지만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1%대 저조한 수익률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금된 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어 은행 자체로 수익을 높이지 못할 경우 퇴직연금 운용위 설치를 비롯해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운영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에 가입한 근로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금융사가 사전에 정한 펀드 등에 투자하는 제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보장형 퇴직연금과 비보장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차이가 나는 게 자연스럽지만 그럼에도 1%대와 10%대 차이는 문제가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영향을 줬다고 해도 원리금보장형에도 수익률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은행에서 퇴직연금이 안이하게 운용하고 있는데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주식이나 암호화폐, 대체자산, 부동산 등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현재 수준으론 퇴직연금이 은퇴자들의 노후에 도움이 안 된다. 은행도 퇴직연금 투자운용위원회를 두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폴트 옵션을 강조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에 준비된 방식으로 위험상품의 편입이 이뤄진다면 일시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위험상품의 편입을 통해 충분히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보할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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