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 수염 다듬으면 처벌" 과거로 다시 돌아간 탈레반
2021.09.27 14:55
수정 : 2021.09.27 14:55기사원문
영국 공영방송 BBC는 26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최근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의 이발사들에게 면도나 수염을 다듬는 영업 행위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면도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어긋난다면서 금지령을 어길 경우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 측은 헬만드 주 이발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고문을 붙여 "누구도 이에 대해 불평할 권리가 없다"고 고지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일부 이발사들도 유사한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의 한 이발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전투원들이 면도를 중단할 것을 계속 종용하고 있다"며 "비밀 조사관을 보내 위반 행위자를 잡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인 1996∼2001년에도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을 금지하고 면도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탈레반 정권이 몰락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남성들 사이에서는 말끔히 면도하는 스타일이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BBC는 탈레반이 재집권한 후 또다시 면도 금지령이라는 규제를 내놓은 것에 대해 '정상국가'를 자처하는 공식 입장과 달리 과거의 엄격한 통치로 회귀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여성인권을 중시하겠다고 약속한 탈레반 과도정부는 기존 '여성부'를 폐지하고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를 부활시켰다.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는 2001년 이전 탈레반 1기 집권 당시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사회를 엄격하게 통제한 악명 높은 정부 부처다.
지난 25일에는 서부 헤라트시 중앙광장에 납치범 4명의 시신을 본보기로 매달아두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공개 전시는 과거 형벌체계 부활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탈레반 고위 지도자인 누루딘 투라비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형과 손 절단 형벌을 부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