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만든 '총리 기시다'… 한·일 관계개선 쉽지 않을듯
2021.09.29 18:32
수정 : 2021.09.29 19:04기사원문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기시다 신임 총재는 자신이 관여했던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데 불만을 토로하며, 한국 정부가 합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 한일관계 "국가 간 약속 지켜야"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맞붙었던 자민당 총재 선거 직전 발간한 저서 '기시다 비전'에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상당히 '터프한' 협상을 통해 도출됐지만, 문재인 정권이 이를 백지화하려 했다"며 "나라와 나라 간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 측 외교인사는 "기시다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얘기를 '가벼운' 화두쯤으로 꺼냈다가 장시간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로서는 '위안부 합의'라는 외교성과가 외교과오로 바뀐 데 대한 상당한 불만과 불신을 갖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이런 목소리에도 자민당 비둘기파의 속성을 견지한 그가 아베·스가 정권에 비해서는 한일 양국 간 '대화 자체'에는 더 진일보한 자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기시다파는 자민당 내 전통적 온건보수파인 굉지회(고치카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기시다 총재 선출에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온건 보수·아베파 '동거'
이번 선거에서 기시다 총재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극우세력과 주요 파벌들이 상대적으로 개혁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돼 온 '고노 다로·이시바 시게루·고이즈미 신지로'연합 대신 온건보수 성향의 기시다에게 대거 힘을 실어준 데 있다.
이번 선거는 사실 '기시다와 고노'의 싸움이면서도, 아베 신조(전 총리)와 나카이 도시히로(간사장)의 차기 당권을 둘러싼 싸움이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비원인 헌법개정 완수와 극우 유산 계승을 위해 이번 선거에서 전방위적으로 뛰었다. 자신의 아바타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을 앞세워 극우 파워를 입증했고, 결선투표에서는 이 표가 기시다 총재에게 향했다.
극우세력들로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노보다는 온건한 성향의 기시다가 낫다고 본 것이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보수의 테두리 안에서 '반(反)아베' '상대적 개혁노선'으로 평가된 고노 다로의 낙선은 그런 점에서 '아베 정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 주요 보수파벌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파벌의 힘을 집결시킴으로써 차기 정권에서 일정 수준 지분 확보에 성공했다. '힘 자랑'에 성공한 아베 전 총리는 이 지분에 따라 다음달 구성될 기시다 내각 외교, 국방 등 주요 각료 포스트에 대거 '아베 사람들'을 입각시킬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 정가에서 기시다 신임 총재를 둘러싼 그간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무색무취한 신사'다. 그런 그의 파벌인 기시다파는 전통적으로 재무장 대신 주변국과 협력을 통해 경제발전을 취해야 한다는 요시다 시게루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헌법 개정에 찬성하고, 일부 보수 강경파들의 외교노선은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비핵화를 지켜야 할 가치로 보고 있으며 우경화보다는 경제발전, 주변국과 협력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