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세금 투입된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 사장 위기"

      2021.09.30 14:00   수정 : 2021.09.30 1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 영문번역사업이 '부적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출판 등을 위한 원저작자의 이용허락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아 국가예산이 투입된 증언집이 사실상 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여가부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2018년 7월 위안부 문제연구소 운영기관으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선정했다.

진흥원은 위안부 피해자 국문증언집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사업(4500만 원)을 추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실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번역결과물은 단행본으로 출판한다는 계획이었고 여가부는 보조사업 수행을 관리·감독했다.


하지만, 진흥원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2019년 3월 번역 완료 시까지 원저작권자에게 해외출판의 이용 허락을 요청하지 않았다. 여가부도 원저작자의 이용허락 여부를 확인하거나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 저작권법 제46조 등에 따라 영문증언집을 해외출판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저작권자(국문증언집 저작권자)로부터 영문증언집의 활용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번역사업 수행 전에 번역물 활용의 전제조건으로서 영문증언집 해외출판 등에 대한 원저작자의 이용허락을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여가부는 2019년 3월 번역이 완료된 이후에도 해외출판 등 영문증언집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감사 기간까지 영문증언집은 해외출판 등에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여가부 장관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영문증언집의 해외출판 등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산하기관 등에서 번역사업을 추진할 때 원저작자의 이용허락 등 필요한 사항을 누락하거나 번역사업을 하고도 번역집이 출판 등에 활용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에게는 앞으로 번역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사전에 원저작권자의 출판 이용허락 등 필요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 국가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여가부 임기제 공무원 채용 업무의 부당처리도 적발됐다.

여가부가 지난 2019년 9월 담당관(경력개방형 직위)으로 임용한 A씨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결격사유가 해당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15조 등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주요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체의 임직원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감사기구의 장으로 임용할 수 없다. 그런데 채용 관련 업무를 담당자들은 A씨가 이력서 등에 2015년 3월부터 2019년까지 여가부의 산하기관에서 재직한 사실이 기재되어 있는데도,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여가부 장관에게 임기제 공무원 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징계(경징계 이상)하도록 요구하고, A씨에 대해서는 담당관에서 교체(임용약정 해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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