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의 균열, 그리고 적과 동지

      2021.09.30 18:00   수정 : 2021.09.30 18:13기사원문
정치의 뚜껑을 열어보면 흥미로운 명제 중의 하나가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적의 적은, 나의 동지이다(An enemy of my enemy is my friend)"라는 옛말처럼 말이다. 물론 이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유럽에서 많이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 전에도 정치의 생리에 대해, 즉 정치판 내에서 적과 아군을 정의하고 규정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무언가'를 위해 '같이 싫어하는 이'와 손을 잡는 것이 부족할 때가 많다. 특히나 어떤 '가치'를 위해 '내 편' 혹은 '네 편'이 되느냐는 논의가 결여될 때 말이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러 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곳 서울에 있을 때 한국과 북한이 몇 시간 간격으로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단순히 우연으로 볼 순 없는 듯하다. 동맹의 역사를 살펴보면 전략적 우선순위는 빠르게 변화하기에 오래된 동맹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동결되어 새로운 동맹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곤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같은 시기에 '오커스' 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동맹 협정이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은 호주와 인공지능, 사이버전, 양자컴퓨팅, 핵잠수함 건조 등의 분야에서 정보와 첨단기술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예측한 대로 중국의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호주에 대해서는 중국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 새로운 동맹 결성의 발표 시기와 방식에 이전의 동맹국들도 깜짝 놀랐다. 디젤동력 잠수함 제조를 위한 호주와의 66억달러 계약이 파기되자 이미 돈과 에너지를 투자한 프랑스는 동맹 파트너에게 등을 찔렸다고 분노했다. 반면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향력이 쇠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받은 듯 글로벌 강자로 부상했다. 이 영어권국가동맹은 인도태평양국가인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와 일본을 배제했다.

또한 핵 비확산의 열렬한 지지자인 호주는 군사전략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제조 및 운영하게 됐다. 잠수함에 핵탄두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어느 나라도 자국 군함에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다고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는 남는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새로운 동맹 구축과정은 상호신뢰를 저버렸다. 인도태평양의 쿼드국가 지도자들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흘 앞두고 있었다. 쿼드와 오커스가 상호 관계를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상호 배타적 상태로 남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무너진 신뢰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지리학은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었고, 역사는 우리를 친구로 만들었으며, 경제는 우리를 파트너로 만들었다.
그리고 필요성은 우리를 동맹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결합된 것이 사람으로 하여금 나누어지지 못하게 하라." 동맹은 기회주의적 찰나의 조치의 악몽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동맹을 체스판의 '내 편' '네 편'으로 보는 것은 부족하다.
결국 동맹의 결속력은 어떤 가치와 목소리를 대변하는지에 있기에, 복잡한 시기에 건설적인 파트너십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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