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대 일본 총리
2021.09.30 18:14
수정 : 2021.09.30 18:23기사원문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중앙홀에는 3개의 동상이 서 있다. 1938년 2월에 건립된 동상의 주인공은 이토를 비롯해 자유당을 창당한 이타가키 다이스케, 와세다대학 설립자인 오쿠마 시게노부이다. 이들이 일본의 의회제도 확립에 기여했고, 후배 정치인들의 귀감이라는 뜻이다. 한 자리는 미래 정치인의 몫으로 비워 놓았다.
1885년 내각제를 처음 도입한 일본의 내각 수반은 일왕의 부하였다. 흔히 총리 혹은 수상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내각총리대신'이다. 다른 각료들의 명칭도 상(相·장관)이 아니다. '대신(大臣)'이라는 봉건시대 직함을 그대로 쓴다. 다른 나라의 대통령, 주석, 총통과 동격인 일본 총리의 국가의전 서열은 일왕과 황족 다음인 10위에 불과하다.
일본의 내각제는 2차 대전을 전후로 확연히 다르다. 메이지시대 내각은 일왕이 각료를 임명하고 해산권을 행사했다. 총리는 통치권자인 일왕을 보필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2차 대전 후 제정된 현행 헌법에 따라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이 분립됐다. 2차 대전 이전 총리는 군인과 왕족 출신이 대다수였다.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이 오는 4일 총리대신에 취임할 예정이다. 일본보다 163년이나 빨리 내각제를 시작한 입헌군주제의 원조 영국의 경우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제77대인 데 비해 일본은 벌써 100번째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영국에 장수총리가 많은 데 비해 일본 내각의 부침이 그만큼 심했다는 얘기다. 역대 일본 총리 63명 중 아베 신조 전 총리가 3188일로 최장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기시다 새 총리가 롱런하면서 한일 관계 회복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