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거물들 조세 회피처에 거액 숨겨

      2021.10.04 14:01   수정 : 2021.10.04 14:29기사원문

전 세계 유명인들이 조세 회피처 등에 거액을 숨겨놓고 탈세와 불법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이날 전 세계 14개 기업에게서 입수한 약 1200만 개의 파일을 검토해, 조세 회피와 탈세 등을 벌인 유명인들을 폭로했다. 폭로 대상에는 글로벌 정치인, 억만장자, 유명연예인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25년간 저택과 해변 전용 부동산, 요트 및 기타 자산에 대해 은밀하게 투자를 해왔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전·현직 정치인은 336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과 토니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푸틴이 내연녀 등 측근을 통해 모나코 내 비밀자산과 연결됐다고 전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880만 달러짜리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을 보유한 버진아일랜드 업체를 인수해 2017년 건물주가 됐다. 이 건물은 현재 인권변호사 출신인 부인 셰리 블레어의 로펌이 주인이다. 블레어 부부는 바레인의 산업관광부 장관 부부로부터 그 업체를 사들이면서 40만 달러 이상의 세금을 절감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등 전·현직 국가수반 35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역외 계좌, 비밀 재단, 페이퍼컴퍼니 등에 자산을 보유하면서 재산 일부를 은닉하는 형태로 큰돈을 관리하고 세금 포탈 등 혜택을 누렸다. 스위스에 있는 영국인 회계사와 버진아일랜드의 변호사는 압둘라 국왕이 1995∼2017년 최소 3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미국과 영국에서 1억600만 달러 이상에 달하는 14개 저택을 구매하는 것을 도왔다.

유명 연예인 중에서는 콜롬비아 출신 팝스타 샤키라가 언급됐다. 재작년 스페인 당국으로부터 세금 체납 혐의로 기소됐던 그는 관련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버진아일랜드에 역외 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뉴스타파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자료에 '케이팝 대부' 이수만 씨의 홍콩 페이퍼컴퍼니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또 5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가 미국령 사모아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막대한 재산을 빼돌린 사실을 보도할 예정이다.

억만장자로는 터키의 건설업계 거물 에르만 일리카크와 소프트웨어사 레이놀즈 앤드 레이놀즈 전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브로크만 등이 들어 있다. 일명 '판도라 페이퍼스'로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117개국 159개 미디어에서 600여 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고서가 엘리트와 부패인사들의 숨겨진 거래와 그들이 어떻게 역외 계좌를 활용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호했는지를 밝혔기에 판도라 페이퍼스로 불린다.

판도라 페이퍼스가 폭로한 기록은 주로 1996∼2020년 내용이다. ICIJ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 홍콩, 중미의 벨리즈 등 익숙한 역외 피난처에 등록된 계좌를 파헤쳤다.
사우스다코타주 81개, 플로리다주 37개 등 미국에서 설립된 신탁사에도 일부 비밀 계좌가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역외 피난처에 이들이 연루된 회사는 956개에 달했다.
이 중 3분의 2 이상이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됐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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