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내각 강경 우파 대거 포진…한일관계는 어디로
2021.10.05 18:13
수정 : 2021.10.05 18:13기사원문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새로운 내각 구성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베일을 벗은 기시다 내각의 '입'이자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호소다파' 소속의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이 임명됐다.
그는 지난 2012년 미 뉴저지주 신문에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고 자발적이었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문부과학상 재직 시절인 지난 2017년에는 일본 교과목에 '다케시마'(일본 주장 독도 명칭)와 센카구(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도록 의무화하는 학습지도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외교·안보 라인은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에 따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스가 시대 때 맡은 역할을 계속하게 됐다.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냈지만 일본은 시큰둥한 반응만 보여 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양국 간 '공식 합의' 임을 분명히 했지만 일본 측은 '한국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춰 '기시다호'의 외교·안보 라인의 유임은 한일관계 개선 '동력' 마련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파'로 통하는 모테기 외무상은 최근에도 우리 법원의 미쓰비시중공업에 자산 매각 명령에 "매우 유감"이라며 한일관계에 심각한 영향이 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에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장해야 할 것은 확실하게 주장하고, 문제를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관계 구축에 임하겠다"고 했다.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그간의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기시 방위상은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입방아에 오른 전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2019년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를 총괄한 경제산업성 장엔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이자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는 하기우다 고이치 전 문부과학상이 임명됐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한 '고노 담화'와 관련해 사죄를 요구한 전력이 있다. 또한 관방부장관 시절에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 불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내각에서 4년8개월 동안 외무상을 맡았다. 그는 2015년 12월28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함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는데 우리 측의 '합의 번복'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일련의 상황에서 기시다호의 외교·안보 라인의 면면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 보다 수출규제와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해 '현상유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모테기 외무상의 경우 협력을 형식적으로 얘기하는 데 사실상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생각이 없다"며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이 개입할 여지와 관련해서도 애초에 가능성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시 방위상도 기본적으로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할 것"이라며 "기시다 내각은 중의원 총선거와 참의원 선거를 지나고 선거 결과에 따라서 한일관계를 살펴 볼 여력이 생길 것이다. 큰 변화가 당장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