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폭력 사망사건 가해자 '구속 기소'..유족 측 "왜 살인죄 아닌가"

[파이낸셜뉴스]서울 마포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이모씨(31)가 6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자신의 여자친구인 황예진씨(26)를 수차례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이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며 수사를 보강했고 이날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연인 관계 왜 알려"..법의 심판대로
사건은 지난 7월 25일 발생했다. A씨는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황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황씨의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황씨를 바닥에 끌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범행 직후 119에 "황씨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넘어져 다쳤다"는 취지로 거짓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외상성뇌저부지주막하출혈 등 상해를 입어 혼수상태에 빠졌고 사건 발생 약 3주 만에 숨졌다.

■두 번의 영장심사 끝 결국 '구속'
경찰은 지난 7월 말 이 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첫 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보강 수사를 통해 상해치사로 혐의를 변경해 구속영장을 재신청, 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에 경찰은 A씨를 구속 이틀 뒤인 지난달 17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한 차례 구속기간 연장을 거친 끝에 이날 A씨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송치 후 유족면담, 법의학자문 추가의뢰, 현장실황조사, CCTV 보완수사 등을 통해 피고인 폭행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더욱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씨 유족측은 A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했다.

이날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가해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기 때문에 살인죄, 적어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검사는 살인의 고의가 아니라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해 ‘상해치사’로 기소했다. 유족들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발했다.

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구형을 통해 비참하게 죽어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의 사무친 원한과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관련 법령 제정 등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mail]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