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부도난 '한보철강' 체납세금, 23년 만에 징수됐다

      2021.10.06 15:15   수정 : 2021.10.06 15: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97년 외환위기의 시작점으로 지목되는 기업이 있다. 당시 재계 서열 14위의 대기업 한보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옛 철강업체인 '한보철강'이다. 지난 1997년 1월 한보철강의 부도를 시작으로 진로, 기아, 쌍방울, 해태 그룹이 연이어 부도를 냈고 결국 같은 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외환위기가 터지게 됐다.



이처럼 국가부도 위기의 시작점이 된 한보철강의 이름이 20여년 만에 다시 언급되고 있다. 서울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보철강'의 체납세금을 징수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한보철강'의 체납세금 6억1700만원을 23년 만에 징수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보철강이 부도가 나면서 강남구청에서 지난 1998년도에 부과된 세금(주민세 특별징수분)은 23년간이나 체납됐다. 이는 한보철강이 구(舊) 회사정리법에 따라 지방세 채무 변제 계획으로 '납세담보물'을 강남구청에 제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한보철강은 △위탁자 한보철강 △수탁자 A은행 △수익자를 강남구청으로 한 유가증권신탁계약을 체결하고 A은행이 발행한 '수익권증서와 채권'( 사진)을 강남구청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지난 2018년 말까지 징수유예를 받았다고 한다.

한보철강은 부도가 난 지 12년만인 지난 2009년 최종 청산완료가 됐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최근까지 해당 체납세금은 징수가 되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잊혀진 한보철강의 체납세금이 23년 만에 징수될 수 있었던 것은 시 38세금징수과 담당 조사관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라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체납자 방문 현장 징수 활동을 줄이고 비대면 체납징수활동 방안으로 국내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체납자의 금융재산 조사를 일제히 실시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의 끈질긴 추적과 노력을 통해 체납세금을 징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 38세금징수과 담당 조사관은 A은행으로부터 확보한 체납자의 금융재산 조사결과, 한보철강 이름으로 일반 금융계좌 금액은 없었으나 후순위채권이 발행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A은행 관계자에게 채권금액을 서울시 체납세금으로 납부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A은행에서는 별도로 수익권자가 지정된 채권으로 수익증권을 제시하지 않으면 서울시에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담당 조사관은 강남구청에 체납자로부터 받은 수익증권의 보관 여부를 물었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 추적 과정에서 강남구청이 체납법인으로부터 1998년도에 제출받은 수익증권을 강남구청 구청 금고인 강남구청 내 B은행 지점에 맡겼을 것으로 보고 해당 지점에 요청해 결국 A은행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찾는데 성공했다.
당시 행정기관이 신탁계약에 따른 수익권증서를 받게 되면 일반적으로 금고은행에 보관했다는 점을 파악하고 확인에 나서면서 가능했다.

이후 담당 조사관은 수익권증서를 A은행에 제시해 채권 환가금액 6억1700만원을 수령하고 지난 1일 체납세금에 충당하게 됐다.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이번 사례는 체납세금 징수업무는 무엇보다 담당 조사관의 열정과 집념이 중요함을 보여준 모범적인 징수사례"라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체납징수 기법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 체납세금 징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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