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증산 막은 공장 이기주의

      2021.10.06 18:00   수정 : 2021.10.06 19:28기사원문
현대차가 노노 갈등 탓에 인기 모델 팰리세이드 증산에 애를 먹고 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는 국내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공급이 달려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가 잔뜩 쌓였다.

이를 푸는 방법은 간단하다. 울산4공장에서 만드는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 물량 중 일부를 전주공장에 넘기고, 울산4공장에선 여유인력을 팰리세이드 라인에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간단한 해법이 같은 회사 내 노노 갈등의 벽에 막혀 옴짝달싹 못한다. 울산4공장은 일감을 넘기는 데 결사반대다.

전주공장은 대형버스 등 상용차를 주로 생산한다.
미니밴 스타렉스의 후속 모델인 스타리아도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전주공장은 일감 부족으로 종업원 임금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이 크다. 전주공장과 울산4공장 근로자는 다 같은 현대차 직원이고 노조원이다. 그런데도 일감 배분을 놓고 폭행 사태까지 빚어졌다. 제3자가 보기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사측은 팰리세이드 증산을 아예 미국 현지공장에 맡기는 카드를 꺼냈다. 밀린 주문을 해소하려면 차라리 이 방법이 낫다는 것이다. 사측의 고육책을 이해할 만하다. 지금 현대차는 물량 배분을 놓고 다툴 만큼 한가하지 않다. 지난 9월 국내외 판매량은 전년 동월비 22% 넘게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가 동이 나서다. 이 판국에 노노 갈등까지 겹쳤으니 현대차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노조에 당부한다. 일감 배분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따르는 게 옳다. 그래야 회사도 살고 노조원도 산다. 동일회사 내 공장 이기주의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노조의 힘은 단결력에서 나온다. 동료를 버리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공장 이기주의가 판을 치면 노조 스스로 제 힘을 갉아먹는 격이다. 이러니 '현대차 노조는 이제 죽었다'는 말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현대차 사측에도 당부한다. 차제에 경영 판단에 대해선 노조를 향해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정의선 회장은 장차 현대차를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PAV) 30%, 로보틱스 20% 비율을 가진 회사로 바꾸려 한다. 혁신 과정에서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는 노조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전기차만 해도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같은 양을 만들 수 있다. 이러니 노조원들은 공장 단위로 제 일자리에 집착한다. 지금 원칙을 세워놓지 않으면 현대차는 앞으로도 계속 노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해외 경쟁사들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노사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지도 지켜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생산한 경차 캐스퍼를 시운전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 계약자 중 한 사람이다. GGM은 노사상생을 기반으로 한 광주형 일자리 1호 기업이다.
노사가 동수로 참여하는 노사상생협의회를 운영한다.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잦은 노사분규로 인심을 잃었다.
덩치는 작아도 노사관계만큼은 GGM이 저만치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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