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정상 첫 통화서 신경전..."솔직히 할 말은 해야"

      2021.10.09 03:17   수정 : 2021.10.09 03:39기사원문
【도쿄·베이징=조은효 특파원 정지우 특파원】기시다 후미오 일본 신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첫 전화회담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당시에는 중국에 하루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먼저 통화가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시 주석이 먼저 수화기를 잡았다. 지난 4일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5일)을 필두로 이날까지 쿼드(Quad)회원국인 호주, 인도 정상, 주변강국인 러시아, 중국 정상과 취임 첫 전화회담을 마쳤다.



■“할 말 해야” “역사로부터 교훈얻어야”
NHK와 중국 관영 중앙TV(CCTV)등에 따르면 중일 두 정상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3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경제 및 민간교류 등에 있어서 협력을 언급했지만, 안보와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 정부 선박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접근, 홍콩과 신강의 인권침해를 언급하며 이런 문제를 포함해 향후 대화를 거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에 있어서 중일간 협력도 언급됐다. 기시다 총리는 통화를 마친 뒤 총리 관저 기자들에게 "중국에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앞으로도 솔직하게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중일관계에 기회와 도전이 병존한다"고 지적하고 일본 새 정부와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를 세우는 정신"을 언급, 일본이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시주석은 과거 중일 양국이 서명한 '4대 정치문건'의 원칙 준수와 이에 기반한 과거사, 대만 문제 등 민감 사안들의 처리를 강조했다.

중일 간 4대 정치문건은 △1972년 수교 당시 중일공동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평화와 발전의 우호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노력을 위한 공동선언'△2008년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말한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하나의 중국' 원칙, 상호 주권 및 영토의 완전성 존중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임 스가 정권 당시, 미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명기되는 등 일본의 대만 문제 관여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는 "현재의 국제 및 지역 정세에서 일중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양국은 응당 대화를 통해 이견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쿼드·러시아·중국 정상과 통화 마쳐
이날 통화에서는 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입 문제나 시주석의 일본 국빈방문 초청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시주석의 일본 방문에 대해 "그 문제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 첫 해인 지난 2019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외교 성과를 쌓기 위해 시주석의 국빈방일을 추진했다.
이듬해인 2020년 4월께 개최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잠정 연기됐으며, 미중 갈등 심화로 현재는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전화회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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