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9만원인데 관리비도 29만원?…임대차3법 '꼼수' 차단한다

      2021.10.10 05:00   수정 : 2021.10.11 11:45기사원문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어있는 부동산 매물 전단. 2021.9.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 A씨는 서울시 송파구 원룸 매물을 찾다가 두 눈을 의심했다. 8평짜리 1.5룸이 보증금 700만원에 월세 29만원이었다. 주변의 비슷한 수준 매물과 비교하면 보증금이 10분의1 수준이었다.

급히 계약 문의를 하려고 부동산 전화번호를 누르는 순간, A씨는 또 한 번 뜨악했다. 관리비가 29만원이었다.


앞으로 관리비를 올리려는 원룸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관리비 인상의 구체적인 근거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의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10일 국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이달 중 대표 발의한다. 소 의원은 당초 12일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를 고려해 일정을 일부 조정했다.

해당 개정안은 임차인이 월세와 별도로 부담하는 관리비 등이 오르는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세부내역을 서면으로 공개·통지하도록 했다.

임차인은 임대인이 공개한 내역을 토대로 관리비 인상이나 인상 폭이 적절한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과도한 관리비 인상이라고 판단할 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해당 자료를 제시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전·월세신고제나 전·월세상한제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월세 대신 관리비를 인상하는 방식의 편법 거래에 제재를 가하려는 목적이다.

지난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전역과 광역시, 세종시, 제주도, 도(道)지역의 시(市)지역에서 전세보증금 6000만원 또는 월세 30만원을 넘는 거래를 체결하는 경우, 관할 읍·면·동에 거래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일부 임대인들은 월세를 29만원 이하로 낮추는 대신, 관리비를 대폭 올려 전·월세신고제 대상에서 빠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갱신계약에 대해선 보증금과 월세를 최대 5% 이내로 인상하도록 제한하자, 별도 부담금인 관리비를 2배 넘게 인상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소 의원은 "원룸, 다가구주택의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관리비를 인상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아파트와 달리 관리비를 규제할 법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관리비 관련 규정을 추가해 관리비도 임대료처럼 규제하고 관리, 감독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150가구 이상 아파트와 50가구 이상 집합건물은 관련법에 근거해 관리비 내역을 작성, 보관, 공개하고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반면 50가구 이하가 대다수인 원룸, 다가구주택은 관리비 내역 공개 등 관련 규정이 없다.

지난 4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은 150가구 미만 공동주택도 임차인 3분의 2 이상의 서면 동의로 임대인이 관리비를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이웃 간 교류가 없는 원룸, 다가구주택은 서면 동의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임차인들은 임대인의 일방적인 관리비 인상에도 구체적인 근거를 알지 못한채 '울며 겨자먹기'로 부담해야 한다. 특히 원룸과 다가구주택에는 주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저소득층 등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의 경우, 특별법인 임대차 관계 개선법을 마련해 관리비 인상 시 인상의 근거가 되는 증명서류를 첨부해야만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1년 내에는 관리비가 추가되거나 조정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함께 규정해 임대인의 일방적인 관리비 인상에 제재를 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임대인이 관리비 인상의 내역을 임차인에게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계약이 아닌 별개의 약정으로 발생하는 관리비를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세부내역을 공개하기 위해선 수도와 전기 등의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원룸과 다가구주택은 관련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관리비 인상 내역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료에 이어 관리비까지 규제하면 또 다른 편법 거래가 이뤄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공급자 중심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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