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 민간재개발 '흥행'… 재건축은 '낙제점'

      2021.10.11 17:26   수정 : 2021.10.11 17:26기사원문
취임 6개월이 지난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놓고 시장에선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재개발 규제 완화라는 방향성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비율 등으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재건축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임기내 재건축 활성화를 실현하려면 주민과 사전 협의와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데 달렸다고 지적했다.



■ 재개발 활성화는 성공적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곳곳에선 오 시장 취임 이후 추진한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민간재개발 공모를 위한 주민동의서 징구에 한창이다. 기존에 알려졌던 도시재생지역 11곳 이외에도 신월7동 1구역, 한남1구역, 장위11구역, 자양4동 1·2구역, 상일동 등에서도 공모에 필요한 주민 동의 30%를 얻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신속통합기획은 기존 공공기획의 명칭을 바꾼 것으로, 가장 큰 장점은 절차 등을 시에서 지원하면서 사업시행인가 기간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공공기획은 오 시장 취임 전부터 있던 정책이지만, 지난 5월 6일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더욱 구체화됐다.

서울시장 선거 후보 시절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확 풀겠다"는 공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민간재개발 활성화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도시재생지구와 공공재개발 희망 지역까지 신속통합기획으로 돌아서며 높은 열기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은 반년째 제자리 걸음

재개발과 달리 서울시의 재건축 활성화는 아직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 시장의 임기 첫 부동산 행보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 총 54개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제 시행이었다. '스피드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투기 방지를 통한 부동산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값이 계속 고공행진하며 재건축 규제 효과는 전혀 없었다. 압구정 한양8차 아파트가 직전 거래보다 18억원 오른 66억원에 거래되는 등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

재개발과 달리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한 민간재건축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1호 사업으로 추진하던 송파구 오금현대는 주민들의 반발로 답보 상태고, 서빙고 신동아아파트와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2차는 주민 설득을 위한 사전설명회를 추진해야 한다. 이들 단지 주민들은 과도한 기부채납과 임대주택을 놓고 "박원순 전 시장이 추구하던 소셜믹스와 다를 바 없다", "공공재건축과 똑같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실제 추진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 "정부 재건축 규제 부딪혀"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반년간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방향성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중앙정부의 협조없이는 재건축 활성화를 임기내 실현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약보다 늦어진 건 사실이지만,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를 바꾸려 노력한 부분이 보인다"며 "재건축은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하더라도 안전진단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라는 큰 걸림돌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분양가상한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심사제도, 재초환 등 재건축 규제는 서울시만의 노력으로는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주요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진척되면 상황이 달라질 거란 전망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오 시장이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출구는 확실히 만들었다"며 "주택가격 안정을 고려하다 보니 늦어지고는 있지만, 잠실주공5단지나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에서 하나라도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낸다면 재건축 활성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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