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배출되는 '멸균팩' 3만t, 대부분 재활용 대신 쓰레기장行

      2021.10.12 18:18   수정 : 2021.10.12 18:18기사원문


#. 대학원생 최태혁씨(27·가명)는 늘 두유팩을 종이로 분류해 분리수거를 해왔다. 빈 용기를 물에 헹군 뒤 말리는 수고로움까지 있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두유팩은 내부에 알루미늄 처리가 돼 재활용이 까다로운 '멸균팩'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두유팩을 일반 종이나 종이팩 수거함에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국내서 해마다 3만t에 가까운 멸균팩이 쓰레기로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 재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처리 난항을 이유로 일반쓰레기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멸균팩에 대한 제대로 된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 멸균팩 배출량 매년 증가세…재활용 어렵지만 불가능은 아냐

12일 재활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멸균팩 배출량은 지속 증가 추세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배출된 멸균팩은 2만7000t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13년 1만7000t, 2018년 2만5000t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멸균팩 대다수는 재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멸균팩도 종이팩에 해당하지만 내부 얇은 알루미늄이 재활용의 걸림돌이다.

앞서 정부는 멸균팩 처리의 어려움과 비용을 이유로 멸균팩 재활용에 난색을 표했다. 환경부는 지난 2월 멸균팩 겉면에 '재활용이 어렵다'는 의미의 '도포·첩합' 로고를 표기하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환경운동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비판했다. 재활용 가능한 멸균팩을 쓰레기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다.

환경운동단체 알맹상점 고금숙 대표는 " 종이팩에 '분리배출'이 쓰여있다는 것은 소비자가격에 재활용 비용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라며 "멸균팩만 따로 모아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지 않았다고 해서 쓰레기로 버리라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 한 중소기업은 멸균팩을 재활용해 비닐과 은박지를 파이프로, 나머지 펄프는 종이 타월로 생산한다. 그러나 국내서 수거되는 멸균팩이 부족해 해외서 수입해 이를 충당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재활용 공정에는 시간당 1500㎏의 멸균팩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국내 수거량이 미미해 그간 호주, 태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환경단체 "멸균팩 재활용 필요" 강조

환경부는 결국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폐기물 취급한다"는 환경단체 등의 비판에 지난 7월 멸균팩을 '도포·첩합' 표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 멸균팩 생산자의 자체 회수를 유도하는 등 재활용 체계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알맹상점 등 환경단체 등은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지난달부터 자체적으로 '멸균팩 모으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전국 141곳에 이르는 자체 수거 공간에서 멸균팩 등 종이팩을 모아 멸균팩 재활용 업체로 보내는 캠페인으로, 지난 한 달 동안 수거된 멸균팩은 130t에 달했다.


고 대표는 "멸균팩 재활용 기술이 있는데 시스템 부재로 쓰레기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자체가 재활용선별장을 정확히 운영하고 환경부가 이를 잘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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