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금강산, 이곳 가을은 '은빛'입니다

      2021.10.15 04:00   수정 : 2021.10.15 04: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합천(경남)=조용철 기자】 황매산은 경남 합천군 대병면·가회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해발 1113m에 이른다.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고고하게 휘어져 나온 소나무가 병풍처럼 수놓으면서 '영남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는데 전체적으로는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지리산과 합천호, 가야산, 덕유산 등이 한눈에 펼쳐진다. 합천호는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것까지 느껴질 정도다.
합천호의 푸른 물속에 비친 황매산의 세 봉우리는 마치 매화꽃 같다고 해서 '수중매'라고 불린다. 이른 아침이면 피어오르는 합천호의 물안개와 어우러지는 산안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황매산은 비교적 오르기 쉬운 산이다. 해발 850m에 오토캠핑장이 자리잡고 있어 여기에 주차하면 정상인 황매봉 초입까지 쉬엄쉬엄 걸어서 20~30분이면 충분히 도착한다. 해발 1108m라는 황매봉도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지만 길이도 짧고 나무계단과 데크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편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홀로 우뚝 솟아 있는 황매봉 아래는 예전 목장이었을 만큼 경사가 완만한 고원이 펼쳐진다. 드넓은 평지엔 봄에는 철쭉, 가을엔 억새가 피면서 장관을 이룬다. 곳곳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많기 때문에 어린아이는 물론 어르신과 함께 오더라도 부담없이 둘러볼 수 있다. 대부분 탐방로 바닥이 단단하고 널찍한 편이어서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가 내린 직후엔 탐방로를 제외한 억새 군락지의 경우 진흙으로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정상 부근에는 나무도 없는데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많다.

황매산오토캠핑장 입구에 자리한 간이휴게소에선 해물파전, 도토리묵, 산채비빔밥 등을 팔기 때문에 여기서 점심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다. 캠핑장은 억새가 흐드러진 10월에는 성수기로 지정돼 있어 주말엔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화재에 관심이 많다면 황매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영암사지까지 다녀와도 좋다. 영암사지는 통일신라 당시 세워진 이후 고려 후기까지 번성했던 영암사의 절터이지만 현재는 폐사지다. 보물로 지정된 쌍사자 석등과 귀부, 삼층석탑 등을 볼 수 있다.


■여고시절로 타임슬립,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에서 최근 들어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합천영상테마파크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은 다른 지역에도 많다. 하지만 드라마 '호텔 델루나', '미스터 션샤인', 영화 '밀정', '택시운전사', '암살', '아가씨'까지 유명 작품들이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곳에 있는 청와대 세트장에선 드라마 '지정생존자' '베가본드'도 촬영됐다. 예전 촬영장이 있었던 장소가 아니라 지금도 사용되는 촬영장으로 향후 또 다른 대작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 합천영상테마파크의 매력이다. 다만 드라마나 영화 촬영 중에는 관람동선 중 일부가 제한되기도 하니 방문하기 전에 촬영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크게 1930년대 전후의 조선총독부와 경성역, 백범 김구가 암살되기 전까지 머물렀던 경교장과 이승만 대통령의 거처였던 이화장 등이 있는 '서울 1945'와 1970~80년대 서울 종로 일대를 재현한 '에덴의 동쪽', 실제 청와대와 거의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진 청와대 세트장으로 나뉜다.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둘러보려면 2~3시간은 족히 걸린다. 굳이 걷기 싫다면 마차를 이용해 테마파크를 둘러볼 수도 있다. 특히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에덴의 동쪽' 구역이 인기다. 옛 국도극장을 재현한 건물에선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준다. 교복으로 갈아입으니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발랄해진다.

연탄재 가득한 좁은 골목길과 나무 전봇대 사이를 지나 옛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이 든다. 여기에 계란프라이, 볶은김치, 소시지 등을 푸짐하게 담은 양은도시락까지 맛보면 완벽한 추억여행이 완성된다. 교복뿐 아니라 개화기 드레스와 의상, 각종 드라마 촬영 의상도 준비돼 있다. 또 청와대 세트장에선 대통령 집무실과 대변인실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열린관광지로 거듭난 대장경테마파크

가야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산 입구에 대장경테마파크가 보인다. 지난 2011년 팔만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해 조성된 대장경테마파크에선 무려 16년에 걸친 팔만대장경 제작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진 대규모 이운 행렬, 전쟁과 화재 등 수많은 소실 위기 속에서도 700여년간 온전히 보관되고 있는 보존과학의 비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관람객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는 해인사와 다르게 대장경빛소리관, 어린이대장경 등 팔만대장경의 문화적 가치를 몸 전체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해인사에서 대장경테마파크까지 이어지는 '소리길'도 여행객들이 빼놓으면 안될 볼거리다. 전체 코스는 5.8㎞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나무데크가 놓여 있거나 경사가 완만한 숲길이어서 부담없이 즐길만하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물에 비치면서 계곡 전체가 붉게 보인다는 홍류동까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구간이다.
해인사에서 홍류동 계곡까지 다녀갈 경우 넉넉잡아 2시간가량이면 충분하다. 고즈넉한 가야산 자락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으면 한옥스테이도 좋은 선택 중 하나다.
한옥스테이 마당 한쪽에 위치한 카페에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기에 좋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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