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술자리서 폭행 당하는 여성 외면한 경찰 간부·정치권 인사
2021.10.14 18:45
수정 : 2021.10.14 20:38기사원문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광주의 한 사회적기업 여성 대표가 술자리에서 건설업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자리에는 경찰 고위 간부와 현직 국회의원의 선거캠프 전 관계자가 동석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14일 광주 동부경찰 등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대표인 A씨(43·여)는 선배 소개로 지난 12일 광주 동구의 한 술자리에 참석했다.
술자리에는 전남의 한 건설·호텔 사업가 B씨와 광주 동부경찰서 고위 간부,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 선거캠프 전 관계자, 지역가수 등이 참석했다.
건설업자인 B씨는 술자리에서 여당 모 의원을 거론하며 "국회의원과 각별한 사이로 특히 서구에서 사업하려면 우리를 통해야 한다"며 "성공하려면 줄을 잘 서야한다"는 등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A씨는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해 B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B씨는 갑자기 A씨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이 만류하며 B씨를 데리고 가게 밖으로 나갔고 바닥에 쓰러진 A씨는 휴대전화를 들고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
그러자 B씨가 가게로 들어와 양 손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얼굴을 차는 등 무차별 폭행을 퍼부었다.
경찰 간부는 폭행을 당한 A씨를 살피기는커녕 소지품을 챙겨 현장에서 빠져나갔다.
B씨의 폭행은 20여분간 이어지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그쳤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 동석자들은 모두 사라졌다.
출동 경찰관은 B씨가 폭행 사실을 인정해 추후 조사를 하겠다며 신원 파악 후 귀가 조처했다.
A씨는 "병원에 입원했지만 주변인을 통해 합의를 압박받는 등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며 "동석자 그 누구도 제대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동석자들도 공범이다"고 토로했다.
해당 경찰서 서장은 "경찰 간부가 폭행을 막지 못했다는 점은 법적인 문제를 검토해봐야겠지만,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