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기시다, '지각 통화'서 과거사 대립각...'한층 더 완고해졌다'
2021.10.16 00:28
수정 : 2021.10.16 00:42기사원문
■ 11일만의 늦은 첫 통화...한층 강경해진 文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 취임 11일 만인 이날 오후 6시40분부터 약 30분간 기시다 총리와 취임 인사를 겸한 전화 회담에서 일본 측이 반발하고 있는 한국 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면서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밝혔다.
또 다른 과거사 문제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네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위안부, 징용 문제에 있어 한층 원론적이며, 강경해진 태도로 해석된다. 특히,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법적 해석의 차이'라고 언급한 것은 한국 법원의 판결이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란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통화 후 일본 총리 관저 기자들에게 "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송에 관해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달 자민당 총재 선거와 이달 초 일본 총리 취임 후 밝혀온 입장을 그대로 견지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전임 아베·스가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한일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에 해결책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기시다 총리 자신이 2015년 아베 정권 당시, 외무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 깊이 개입했으며, 합의 문서에 직접 서명을 한 장본인이다.
자신의 '외교 성과'가 '외교 실패'로 귀결된 데 따른 실망감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달 31일 치러질 총선 역시,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남북대화, 북일대화 동력 주입하나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평행선을 달렸으나, 두 정상은 대북 대화에 있어 협력의 가능성은 일단 열어놨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기자들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응에서 한일, 한미일 3국이 한층 협력하기로 문 대통령과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가 밝힌 보도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동시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과 지역의 억지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빨리 재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아울러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국 정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으며, 기시다 총리는 이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임 아베, 스가 총리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없는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현재까지 북측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일본은 최근 남북 간 대화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남북간, 또 북미간 대화가 움직이면, 일본 역시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양국 국민들 간 교류 재개 필요성에 인식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입국절차 재개 등 가능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 인적 교류 활성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기시다 총리 역시 코로나 대응 및 한일 간 왕래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한편, 이날 통화는 기시다 총리 취임(지난 4일) 11일 만에 이뤄졌다. 취임 첫 통화가 9일 만에 이뤄진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 때보다도 늦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호주, 인도, 러시아 정상에 이어 지난 8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도 통화를 마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