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상속세·취업 제한' 경영활동 족쇄에 갇힌 이재용

      2021.10.18 18:14   수정 : 2021.10.18 18:14기사원문
오는 25일 삼성은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를 맞는다. 그간 삼성 일가는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 정리와 함께 막대한 상속세 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였기 때문이다.

부친의 1주기와 출소 두 달째를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전히 은둔에 가까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취업제한의 제약을 어떻게 돌파할지, 천문학적 상속세와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상속세 과제…이재용 지분매각 주목

18일 재계에 따르면 25일 경기 수원 선영에서 유족과 일부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 회장에 대한 추모제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주기를 계기로 이 부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이 남긴 주식과 토지·부동산 등에 대한 상속세는 대략 12조원에 달한다. 이 상속세는 총 6회에 걸쳐 나눠 내게 되는데 지난 4월 1차분 2조원을 냈으며, 내년부터 5년간 매년 2조원가량을 갚아 나가야 한다. 삼성가 유족들이 계획한 상속세 납부방법은 '정공법'이다.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거나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금액 전부를 그대로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홍라희 여사,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상속세 1차 납부액 2조원의 80%가 넘는 1조7201억원을 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 여기에 최근 홍 여사는 삼성전자 지분, 이 사장, 이 이사장은 삼성SDS와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는데, 대략 2조원 규모다. 내년에 낼 상속세 2차 금액과 맞아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1차는 대출로 막고 2차는 주식을 팔아 해결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한국 재벌가의 상속방법들을 볼 때 삼성의 이런 결정은 좀처럼 보기 드문 경우라고 말한다. 국내 기업 중에는 상속자 명의로 설립한 회사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계열사를 쪼개거나 합친 후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 등을 동원, 상속세를 피하는 일이 공공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 일가에게 그룹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는 지분매각은 금기로 치부되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은 시장에서 거래가격대로 팔겠다는 것인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공정한 방식"이라며 "누가 살지도 알 수 없고, 나중에 지분을 되찾아오는 일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특히 물납제를 활용해 이 회장이 남긴 약 3조원대로 추산되는 미술품으로 세금을 일부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이 방법도 택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삼성 일가가 추가로 지분을 더 팔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훼손되지 않는 차원에서 삼성SDS 등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갇힌 이재용…경영복귀 관건

이 부회장은 8월에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이후 적극적인 대외경영 행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출소한 후 32일 만인 9월 14일 청년일자리를 주제로 김부겸 국무총리와 회동한 것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사례다. 취업제한이라는 규정에 묶여 있는 데다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좀처럼 운신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2018년 집행유예 출소 후에는 45일 만에 본격 현장경영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 공개를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완전한 사면이나 최소한 취업제한에 대한 예외규정이라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삼성전자는 미국에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후보지가 결정돼 착공식이 열릴 경우 이 부회장이 참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영활동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출소한 이후 이 부회장의 행보는 주로 CSR(사회공헌)에 관련된 분야가 전부"라면서 "취업제한이 적용 중인 상태에서 경영활동과 최대한 무관한 영역에서만 공식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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