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부실한 銀 위변조 화폐 대응
2021.10.19 18:11
수정 : 2021.10.19 20:45기사원문
1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 간(2016년~2020년) 국내은행의 원화 위변조 화폐 적발 규모는 2017년에 가장 컸다가 이듬해부터 눈에 띄게 감소했다.
외화에서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국내은행이 적발한 외화 위변조 화폐는 798건, 금액은 61만2000달러였는데, 이후 2017년 469건, 75만7000달러, 2018년 455건, 61만4000달러로 감소했다. 그러다가 2019년에는 517건, 229만 달러로 잠시 증가했다가 2020년에 다시 297건, 26만6000달러로 급감했다. 올해 8월까지의 외화 위변조 화폐 적발 규모는 137건, 90만9000달러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융통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변조 화폐 규모에 비해 은행들의 적발 규모가 극히 미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형사학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융통되는 원화 및 외화 위변조 화폐는 현재 적발 규모의 최대 15~20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국내은행들의 위변조 화폐 대응이 부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하나은행이 전체 은행 가운데 70~90%에 달하는 위변조 화폐 적발 비중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경우 위변조 화폐 대응과 관련한 독립된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고, 해당 인력도 비교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은행들은 독립된 전담 조직이 존재하지 않고, 여전히 최소 1~2명 내지 최대 3~4명 정도의 소수 인력만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다시금 환전 규모 등도 증가해 외화 위변조 화폐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원화 위변조 화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코 간단치 않은 사안임에도 수익성 만을 중시하는 은행들은 위변조 화폐 대응이 유용한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위변조 화폐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강력한 위변조 방지 수단이었던 화폐의 '홀로그램'도 무력화되는 등 화폐 위변조 기술은 계속 고도화되고 있고,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서 진화하는 위변조 화폐의 위험성을 직시해 국내은행들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의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