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있고 남성 성기 없어도 남성”…성전환 법원 첫 인정

      2021.10.23 07:00   수정 : 2021.10.23 0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성전환자에 대해 생식능력을 제거하거나 성기 성형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을 내놨다.

법원은 자궁적출술 등이 성별 정정의 필수요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2부는 지난 13일 자궁을 없애지도 남성 성기를 갖추지도 않은 20대 성전환자 A씨의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여성으로 태어난 A씨는 2018년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2019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성전환증을 진단받았다.

그는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고, 남성 호르몬 요법을 거치면서 외모와 목소리 등이 남성화됐다.


하지만 자궁적출술이나 남성의 성기를 갖추는 수술은 받지 않았다.

대신 남성의 옷과 머리 모양 등을 갖춘 채 남성으로 생활해 왔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 법원에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도록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바꿔 달라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냈고, 2020년 4월 1심은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중 양측 유방절제술 등은 받았으나 자궁 난소 적출술 등은 받지 않아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기각했다.

하지만 항고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고심 재판부는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토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자기 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고 성별 정정 허가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신청인은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로 남성 수준의 성호르몬 수치와 장기간 무월경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외모나 목소리 등 남성화된 현재 모습에 만족도가 분명해 여성으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으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지난해 2월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과 관련한 사무처리지침을 개정한 결과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공감은 보도자료에서 “지침 개정으로 인해 외부 성기의 형성 여부나 생식능력의 상실 및 재전환 가능성이 성별 정정의 ‘허가기준’에서 ‘참고사항’으로 변경됐다”며 “수원가정법원은 이에 근거해 해당 요소를 성별 정정의 필수요건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밝힌 것”이라고 했다.

A씨를 대리한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트랜스젠더의 자기 결정권,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 측면에서 성별 정정 요건으로 성전환수술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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