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로 마코
2021.10.27 18:07
수정 : 2021.10.27 18:07기사원문
일본 왕실에서 여성은 '새장 속의 새'에 가깝다. 선망의 대상인 유럽왕실의 자유분방한 사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미치코 상왕후는 언론으로부터 일왕의 아내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자 일시적으로 목소리를 잃은 적이 있다. 마사코 왕후도 후계자 아들을 낳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렸다.
26일 대학 동기 고무로 케이와 결혼한 마코도 마찬가지다. 왕족 여성이 평민 남자와 결혼하면 평민이 되도록 왕실전범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왕족 남성은 평민 여성과 결혼해도 신분을 유지한다. 왕실로 시집오는 여성은 친정 족보에서 삭제된다. 성 없이 직위로만 불린다.
마코는 남편의 성을 따라 '고무로 마코'가 됐다. 결혼 반대 여론이 거세자 왕실을 떠나는 왕족에게 주어지는 일시금 15억원을 받지 않았다. 여성 왕족 결혼식, 작별 의식도 생략했다. 마코는 2017년 약혼 이후 자신과 남편, 왕실을 향한 비방에 시달리면서 외상후 스트레스(PTSD) 진단을 받을 정도였다.
그녀는 여권 및 비자 수속이 끝나는 11월 중 미국으로 떠난다. 고무로는 먼저 미국 뉴욕으로 돌아가 법률사무소에서 일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고무로는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일왕의 큰조카, 차기 일왕의 큰딸 혹은 큰누나라는 신분의 굴레를 훌훌 털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고무로 마코의 행복을 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