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권 성별에 남녀 대신 'X' 표시 허용...성소수자 지원
2021.10.28 11:01
수정 : 2021.10.28 11: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출범 전부터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주장했던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미 역사상 처음으로 성별을 남녀가 아닌 ‘X’로 표시한 여권을 발급했다.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X 성별 표시가 있는 첫 번째 미국 여권이 발급됐다”며 “2022년 초에 필요한 시스템과 양식 업데이트를 완료하면 모든 여권 신청자들에게 이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이번에 해당 여권을 처음 발급받은 사람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다나 짐이라고 알려진 전직 군인이 성별 표기 문제로 국무부와 소송을 벌였다. 그는 자신의 성별을 남녀로 나눌 수 없다며 여권 신청 시 성별 기재란에 ‘간성(intersex)’이라고 쓰고 별도의 문서를 통해 'X'로 성별 표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AP통신은 비록 국무부가 밝히지는 않았지만 다나 짐과 인터뷰를 통해 그가 'X' 성별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여권뿐만 아니라 출생증명서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인들은 앞으로 의사의 소견서를 가져가지 않아도 출생증명서 및 신분증에 적힌 성별과 다른 성별을 여권에 적을 수 있게 된다.
국무부는 또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여권 소지자들이 가능한 한 원활한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의 다른 정부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서 관계자는 'X' 성별 옵션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모든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 위해서는 관리예산처의 승인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프라이스는 “이번 여권 발급을 계기로 성소수자(LGBTQI+)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자유와 존엄, 평등을 증진하겠다는 국무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AFP에 의하면 현재 최소 11개국에서 여권에 ‘X’, ‘기타’를 표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 미국보다 앞서 'X' 성별 표시를 허용한 나라는 호주, 뉴질랜드, 독일, 네팔, 캐나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으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