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법관 탄핵심판... 헌재, 임성근 '각하' 결정

      2021.10.28 15:41   수정 : 2021.10.28 15:41기사원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열린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의 결론은 ‘각하’였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헌재는 ‘재판관여’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도 부적법하다고 결론냈다.



헌재는 28일 임 부장판사 탄핵심판사건의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5명 다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날 심판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첫 법관 탄핵심판이었던 만큼 재판관 1명이 심판절차종료의견을 냈고, 재판관 3명이 인용 결정을 내는 등 팽팽하게 엇갈렸지만, 9명의 헌법재판관은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봤다.

우선 각하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은 “탄핵결정 선고 당시까지 심판 당사자가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국회가 탄핵심판을 청구한 이후인 지난 3월 1일 퇴직했다.
헌재는 “본안심리를 마친다 해도 공직을 박탈하는 파면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음이 분명하다”고 각하 사유를 밝혔다.

헌재는 또 ‘퇴직의 경우 5년 간 공직 취임 제한’의 효력이 필요하다는 국회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급입법적 성격이 있어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대통령 2건에 대한 탄핵심판 선례에서 ‘심판청구기각’ ‘파면’이란 단일주문만 선고했던 사례를 근거로, 임 전 부장판사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이미선 재판관은 각하의견을 내면서 다른 견해을 밝혔다. 이 재판관은 “탄핵심판의 목적은 공직 박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책임을 추궁해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재판소법 아래에서는 임기 만료로 퇴직한 경우 심판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일하게 심판절차종결 의견을 낸 문형배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퇴직한 이상 그 효력을 부정하면서까지 탄핵심판절차가 계속 진행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는 심판절차를 종료해야 하는 사유에 해당하고, 법관 신분을 상실한 시점에 절차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인용 결정을 냈다.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맞고, 파면이 옳다는 취지다. 이들 재판관은 “헌재가 헌법질서 내에서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재판상 독립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해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관여’ 혐의가 헌법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도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형사수석부장판사라는 지위에서 사법행정체계를 이용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위협이 됐다”며 “반복적으로 이뤄져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을 확인한다”고 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며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기사를 보도해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개입 △임창용·오승환 해외 원정도박 사건 약식명령 회부 △쌍용차 사건 당시 민변 소속 변호사들 체포치상 사건의 양형 이유 수정 지시 등 혐의로 탄핵이 소추됐다.

국회는 이 같은 이유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표결에 부쳤다.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가결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위 혐의 내용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명백한 재판 개입 행위를 ‘임기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재판 개입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탄핵소추되면 임기를 정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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