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난 페인트.유리 업체도 덮쳤다
2021.10.31 04:42
수정 : 2021.10.31 04:42기사원문
전세계 반도체 품귀난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유리, 페인트, 산업용 사포(샌드페이퍼) 업체들까지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최대 고객인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제품 업체들이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덩달아 유리, 페인트, 연마제 등의 주문까지 줄였기 때문이다.
■ 유리·연마제 등 타격
10월 3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M, 악살타코팅시스템스, 코닝 등 산업재 업체들은 지난주 분기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타격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세탁기 업체 등 주 고객사들의 주문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스카치테이프부터 포스트잇에 이르기까지 온갖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3M은 전동 연마기구에 쓰이는 원반형 사포 등을 비롯해 산업 관련 제품들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3M 사포는 금속 표면을 매끄럽게 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액정 등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 장치 표면을 다듬는데도 사용된다.
3M은 자동차, 스마트폰 업체들에 대한 판매 뿐 아니라 전반적인 매출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 자동차 생산 차질이 심각한 충격 불러
유리제조업체 코닝은 3·4분기 매출이 반도체 부족 여파로 4000만달러 줄었다고 발표했다.
코닝이 반도체가 없어 생산을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줄어 유리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후반부터 미 자동차 생산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지난 9월 미 자동차 생산대수는 780만대로 1년 전 1080만대에 비해 약 300만대 줄었다.
일부 업체는 반도체 부족 사태 여파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체 데이나는 지난주 실적발표에서 올 전체 매출 전망치를 1억달러 낮춘 89억달러로 하향조정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것이었다.
데이나의 조너선 콜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망 여건이 완만하게 개선되고 반도체 고갈 사태 역시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불행히도 그 어느 것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서비스 업체들도 타격
제조업체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의 물 관리를 대행하는 에코랩, 철도회사 유니언퍼시픽 역시 영향권에 들어있다.
유니언퍼시픽은 완성차 업체들과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철도 운송이 3·4분기 중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족으로 타격받은 업체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유리·연마제·페인트 업체 등 굴뚝업체들은 새 판로도 모색하고 있다.
마땅히 방법이 없는 터라 새로운 거래처를 뚫는 것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마저 여의치 않은 업체는 사태가 진정돼 수요가 폭증할 경우를 대비해 생산능력을 유지하는데 집중하기도 한다.
페인트와 코팅제를 만드는 PPG는 10월 초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뿐만 아니라 중장비, 가전제품 등 다른 고객사들 역시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내년 하반기까지는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