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가격 10년 만에 최고
2021.10.31 06:57
수정 : 2021.10.31 06:57기사원문
전세계 식료품 가격이 급격히 뛰고 있다.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천연가스 가격 폭등 속에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가뭄·홍수 등 기상악재까지 더해진 탓이다.
■ '아침' 가격, 63% 폭등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30일(이하 현지시간) 통상 서양인들의 아침식사에 오르는 커피, 우유, 설탕, 밀, 귀리, 오렌지주스 등 이른바 '아침' 가격 지수가 2019년 이후 63%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지수는 올 여름 이후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아침 가격이 뛰었다.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식료품 가격 상승세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식료품 업체들은 영업마진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가격 오름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네슬레, 프록터앤드갬블(P&G) 등 대형 다국적 식료품 업체들은 지난 수주일에 걸쳐 비용 압박이 앞으로도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가뭄·홍수에 비료생산 차질까지
애널리스트들도 생산, 처리. 운송 비용 등이 모두 상승하는 추세여서 식량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라보뱅크의 농업상품시장 리서치 책임자인 카를로스 메라는 "높은 가격 흐름은 앞으로 1년은 더 갈 것"이라고 비관했다.
다만 당장 큰 폭의 식량 가격 폭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6~2020년 5년 기간 기후가 온화했고, 작황도 좋아 그 때 쌓아 놓은 재고가 완충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그로인텔리전스의 윌 오스나토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올들어 기후 악화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면서 전망은 어둡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에도 가뭄과 서리를 부르는 라니냐가 작황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러시아, 북미, 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유럽은 홍수로 작황이 악화했다.
이때문에 밀 선물 가격은 20% 폭등했다. 밀 선물 가격이 20%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심각한 가뭄으로 미국 작황이 악화한 뒤 처음이다.
또 천연가스로 만드는 비료 역시 천연가스 가격 폭등세 속에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비료공장들은 여기에 더해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어 비료 가격이 더 뛰고 있다.
■ '만약' 대비해 사재기
반면 작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급속히 늘고 있다. 팬데믹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다.
여기에 더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팬데믹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사람들이 이제는 '제 때'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것보다 '만약'을 대비해 주방에 먹을거리들을 쟁여놓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커피부터 설탕, 밀에 이르기까지 각종 식품 수요가 추가로 더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오스나토는 "전세계의 총수요가 모두의 예상보다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상재앙에 작황 악화
가뭄, 홍수 등 기상 재앙은 저조한 작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미,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의 밀 작황 뿐만 아니라 귀리 작황도 급격히 감소했다.
캐나다에 심각한 가뭄이 덮쳐 생산량이 거의 반토막 남에 따라 귀리 가격은 올들어 2배 폭등했다.
캐나다는 세계 최대 귀리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그로에 따르면 캐나다의 귀리 수확은 올해 44% 급감했다.
세계 최대 커피, 설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브라질도 심각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설탕 가격은 올들어 26%, 커피 가격은 56% 폭등했다.
브라질 커피농장들은 또 남반구 겨울철인 7월에 한파가 몰아쳐 서리가 내리는 바람에 커피 나무들이 피해를 봤다. 다음 수확철에도 커피 작황이 타격을 받을 것임을 예고한다.
여기에 컨테이너 운반비가 지난해에 비해 280% 가까이 폭등하면서 커피 가격 상승세를 더 가파르게 만들고 있다.
올 연말이면 네슬레 등 대형 식료품 업체들의 커피 선물계약도 끝나기 때문에 커피 가격 상승분이 내년부터 제품 가격에 대거 반영될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