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예산 대폭 축소… 청년 등 ‘서울의 미래’에 투자할 것"

      2021.10.31 18:59   수정 : 2021.10.31 18:59기사원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첫번째 예산을 편성했다. 서울시 내년도 예산은 총 44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자영업자'와 '청년' 지원에 무게를 실은 것이 특징이다.

오 시장은 10월 28일 서울시청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되면 후손들에게 다 빚으로 전가되고 큰 부담을 넘기는 일"이라며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도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는 차이가 커 서울시의 재정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가 집중한 부분은 코로나19로 고통받은 계층에 대한 지원과 도시경쟁력 강화다.

오 시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분들 챙기는 데는 아낌없이 예산을 배정했다"며 "특히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희망을 잃고 미래에 대해서 암울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언급하면서 "위탁사업, 보조금 사업 중 이른바 '참칭 시민단체'에 가는 지원을 과감하게 축소 조절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오 시장은 위드코로나와 관련해 "정부는 지나치게 자가격리, 자가치료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가격리, 자가치료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며 "주변 가까운 동네병원과 (확진자를) 매칭, 병의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상생방역을 들고나왔을 때 정부는 자가검사키트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다"며 "(위드코로나 시대에) 자가검사키트를 보완재로 써야 하는데 고집스럽게 검토를 하지 않는다. 과학은 편견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 대통령선거 상황이 비호감 대결로 흘러가고 있는 점에 대해 오 시장은 "미래를 노래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대선 국면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대선관을 피력했다.

―최근 페이스북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임 기간 서울시 채무가 3배나 늘어났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셨는데, 어떤 취지인가.

▲10년 전 박 전 시장의 취임 초를 보면 빚을 줄이겠다고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한 것으로 보인다. 재정이라고 하는 게 방만하게 운영되면 후손들에게 다 빚으로 전가되고 큰 부담을 넘기는 일이다. 때문에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도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편성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분들 챙기는 데는 아낌없이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확장재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년도 예산을 편성·심의하는 시점에서 큰 틀에서의 원칙을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글을 올리게 됐다.

―서울시의회에서 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오 시장 부임 이후 첫 예산인데.

▲하나는 '서울시 바로 세우기'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지난 10년 동안 시민단체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배정됐던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시민단체, 바르게 예산을 집행한 시민단체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어떤 관점에서 봐도 시민단체라고 보기 어렵다. 이른바 참칭 시민단체라는 표현을 쓰겠다. 위탁사업, 보조금 사업 중 참칭 시민단체에 가는 지원을 과감하게 축소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는 서울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사실 지난 10여년 동안 서울시의 미래 투자는 격감해왔다. 그 결과가 국제기관이 평가한 (서울의) 도시경쟁력 순위는 하락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들에 대한 투자가 예산안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희망을 잃고 미래에 대해서 암울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 청년들에 대한 투자가 곧 미래의 투자이기 때문이다.

―교통방송(TBS)에 주는 서울시 출연금 삭감도 같은 맥락인가.

▲예산의 측면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와는 다른 차원이다. 사실 TBS는 독립법인이다.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지 2년 됐으면 재정자립도 측면에서도 독립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김어준 프로그램과 연관 있다고 해석하는데 그것은 해석일 뿐이다. TBS가 독립법인이 됐으나 권한만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도 독립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KBS의 재정자립도가 50% 정도는 돼서 TBS도 그렇게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고 봤다. 내년, 후년으로 가면서 점점 더 재정자립을 해야 한다.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있다. 행정감사에 임하는 전략은.

▲전략이 따로 있기보다는 행정감사나 국정감사나 서울시로서는 고마운 절차라고 생각한다. 시장이라고 해도 방대한 시정을 구석구석 다 챙길 수 없다. 때문에 국정감사나 행정감사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구석진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개선사항들을 잘 발굴해 내고 개선할 기회를 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정감사를 고마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여의도 지구 단위계획과 잠실 주공 5단지 추진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의도 같은 경우 이제는 주민들의 결단이 남은 상황이다. 지구단위계획은 여러 개의 아파트가 통합 재건축한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지별 재건축을 고집하게 되면 고용시설, 생활편의시설이 균형 잡힌 형태로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려면 쇼핑시설도 들어가야 하고 병원과 같은 공립시설, 도서관이나 체육관 같은 여가시설, 체육시설도 적절히 배치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수시설이 들어갈 수 있도록 통합개발을 권유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재산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주민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가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제안한 상황이다.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통합개발에 마음을 내주면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통합개발을 해야 앞으로 100년 바라보는 건축이 된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의 방향성은.

▲'자유'라는 가치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토지개발은 공공이 개입해야 할 명분이 있다고 해도 개인의 재산권 보호, 재산적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의 헌법에 보장된 원칙을 큰 틀에서는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은 그런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도다. 공공개발이라고 하는 게 시민들은 저항을 받는 이유는 공공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개발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지만 공공이 주도하다 보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신속통합기획은 큰 틀에서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는 선에서 출발한다. 민간이 주도해 조합을 결정하면 서울시가 불필요하게 지연되던 절차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건축 심의 등이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 정부는 아직도 공공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 질서하에서는 경제 주체로서 본인이 행사하고 싶은 권리는 보장하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위드코로나를 앞둔 상황에서 취임 초 이야기한 '서울형 상생방역'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특정 업종이나 업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전체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상생방역은 이런 당연한 원칙을 얘기했을 뿐이다. 특정 업종의 자영업자에게 가해지는 희생과 고통을 덜고 분담하자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독자적 방역체제 구축하지 않았다. 국민 전체의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하면 (방역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생방역)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방역은 2인3각 경기를 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전환기로 일상으로 회복하는 초입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 하는 시기에 우리가 채택해야 할 바람직한 행정 절차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최근 만들었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서울시 단독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 건의해서 발을 맞춰서 상생방역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

―대표적인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면.

▲예를 들어 (위드코로나 구상을 보면) 정부는 지나치게 자가격리, 자가치료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전문가 이야기는 자가격리, 자가치료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주변에 가까운 동네병원과 (확진자를) 매칭, 병의원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확진자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고 증상이 중해지면 지정된 병원으로 옮겼다. 비용은 국고에서 모두 충당했다. 이 과정에서 동네병원은 다 배제됐다. 실제 코로나 초기에 은평의 한 대형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자 병원 셧다운을 결정했다. 상징적으로 잘못된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앞으로는 코로나도 일상 속에서 독감처럼 관리돼야 한다. 동네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병의원을 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심리적인 불안, 공포, 혹은 갑작스러운 이상증세로 생기는 안타까운 죽음과 같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 같은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위드코로나로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상생방역을 들고나왔을 때 정부는 자가검사키트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쓰면 오히려 유전자증폭검사(PCR) 보다도 높은 정확도를 가질 수 있다. 외국은 자가검사키트를 훨씬 더 많이 쓰고 정부에서 나눠주기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방역이 너무 정치화됐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보니까 PCR 검사를 일정 부분 유료화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으니까 수요를 줄이고 국고로 지원할 수 없으니 (이 같은 방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럴수록 자가검사키트를 보완재로 써야 하는데 고집스럽게 검토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제품들이 영국 등에 수출해서 나눠주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만 채택해 자가검사키트 부작용이 많다고 한다. 과학은 편견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일부 목소리가 세다고 해서 매몰되거나 자존심으로 하게 되면 과학이 아니라 정치가 된다.

―시장인 동시에 유력 정치인으로 현재 대선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각종 조사결과를 보면 누가 덜 비호감이냐의 경쟁처럼 대선국면이 가고 있다. 미래를 노래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대선 국면이 돼야 한다.
하지만 미래와 희망이라는 화두는 뒷전으로 밀려있고 누가 더 잘못했느냐, 이것을 갖고 경쟁하는 대선판에 머물러 있다. 이런 현재의 대선 상황을 동의하고 박수치는 국민은 적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고 지금이라도 빨리 이런 상황이 정리돼서 미래와 희망을 토론하는 그런 대선이 됐으면 좋겠다.

대담=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정리=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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