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6 서면 인사만 남긴 시진핑, "美 불만 혹은 국제사회 시선 부담"
2021.11.02 14:26
수정 : 2021.11.02 14:26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화상 연설 대신 서면 인사말로 대신한 것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부터 공급망과 기후변화, 철강 등을 놓고 중국을 비판하자, 불편한 감정을 중국식으로 표현했다는 취지다.
시 주석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한 COP26에 서면 인사말로 다자주의와 선진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이후 22개월째 해외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30~31일 G20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면서 COP26에서도 같은 방식이 될 것으로 당초 주요 외신은 관측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아예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중국의 입장을 이처럼 서면으로 전달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COP20 직전에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비판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중국에게 실망했다”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또 공급망을 놓고는 중국을 배제한 채 자국 중심의 동맹 연합을 추진키로 했고, 중국산 철강을 ‘더러운’이라고 지칭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서면으로 대신한다는 것은 대면이나 (코로나19로 인한)화상 연설과는 또 다른 얘기”라며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 불만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OP26 참석을 통해 중국이 얻을 수 있는 특징적인 포인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 저감 압력에도 기존 목표인 2060년 탄소중립을 바꾸지 않았다. 이는 유엔(UN)의 2050년과 10년 차이가 난다. 중국은 G20에서 탄소중립 시점 합의에도 반대했다. 이로 인해 G20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합의에 실패한 채 폐막한 상황이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내놓을 별다른 입장이 딱히 없을 것”이라며 “국제사회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시 주석은 다자주의와 선진국 책임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부실의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리려는 뉘앙스를 취했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온 선진국들이, 뒤늦게 탄소 배출이 늘고 있는 개도국의 탄소 감축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동맹국 결집에 대한 반격으로 다자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일 사설에서 “미국의 이런(대중국 압박) 행보가 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COP26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면서 “COP26의 성공 관건은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